Thank Your Soul Side A!
인류의 변천에 대한 기록을 역사((歷史)라 한다. 원뜻을 풀이하면 ‘글로 적은 세월’. 엄밀히 따지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음악의 역사는 어떨까? 종이에 악보를 적었던 길고긴 시기를 거친 뒤 전기로 음악을 기록하고 듣는 축음기의 시대가 도래 했다. 악보를 읽을 수 없어도 본연의 소리로 음악을 소장할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모든 대중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이 매체의 변화를 통해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그리고 SP, EP, LP, 카세트테이프, CD, MP3로 변천해 오며 대중음악의 사료들은 지금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음악의 흐름은 이처럼 기록 매체의 변천사와 궤를 같이 한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그동안 이러한 ‘음악의 흐름’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착을 보여 왔다. 정규 3집은 스페셜 LP로 제작했고, 음악을 만드는 전통적인 기술과 소품들을 선택해 왔다. 60년대와 70년대 소리를 재현해 내기 위한 시도들은 금전적, 신체적으로 모두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었지만 계속해서 시도되었다. ‘관심’에 ‘애착’이라는 단어가 더해지게 만드는 이유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스페셜 “카세트테이프”로 함께 발매된다. 아직까지 통용되고 있는 매체이지만 CD에 주도권을 넘겨준 뒤 책장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 된 카세트테이프다.
카세트테이프는 온전한 아날로그 매체 LP와 온전한 디지털 매체 CD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선’으로 기록된 아날로그와 ‘점’으로 기록된 디지털의 중간이기도 하며 양산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시대도 LP와 CD의 접점을 교집합처럼 커버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이번 앨범 역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고 있으며,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를 흐르고 있다. 이들이 카세트테이프에 이번 앨범을 담고자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음악 역사 기록관의 데이터베이스를 랜덤 플레이하듯 흑인 음악이 흘러온 길을 다시 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규 4집 “Thank Your Soul Side A”. ‘음악의 흐름’을 되짚어 전하는 이들을 통해 우리는 가슴을 흔들고 흥을 돋우는 음악의 원초적 마력을 유감없이 전해들을 수 있다.
가창력 중심의 보컬 그룹? 초월(超越)!
“브.아.솔. 싱어송라이터 群”의 음악적 디테일
이번 정규 4집 앨범은 ‘Side A’, ‘Side B’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발매된다. ‘Always be there'를 포함 지난 ‘Ultimate Triple Single’에 담겼던 ‘너를’, ‘You Are So Beautiful’, ‘Philly Love Song’ 세 곡이 앨범에 수록되며 보너스 트랙으로 담겼던 ‘Philly Love Song (KEI G Travus Regrooved Mix)’도 함께 수록됐다.
이번 ‘Side A’에 수록된 신곡은 타이틀곡인 ‘Pass Me By’와 인스트루멘탈 곡 ‘BES Theme’ 두 곡이다. 두 곡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Pass Me By’는 1990년대 어번(Urban) 스타일의 업템포 R&B곡이며, ‘BES Theme’은 멤버들의 허밍 하모니만 담겨 있는 필리 소울(Philly Soul) 연주곡이다.
이 두 곡은 물론 앨범에 앞서 담긴 싱글 선 공개 곡들까지 아울렀을 때의 일감은 ‘송라이팅’으로 향한다. 초창기 브라운아이드소울을 규정했던 나얼의 독보적인 고음과 애드리브, 정엽의 달콤한 인트로, 영준의 부드러운 중저음, 성훈의 개성 있는 음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가창력이 뛰어난 보컬 그룹’으로 평가하는 건 틀린 표현이다. 이른바 ‘브.아.솔. 싱어송라이터 군’이 만들어 내고 있는 음악적 디테일과 폭넓은 스펙트럼 때문이다. 노래 잘하는 그룹은 이들 말고도 여럿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처럼 노래하면서 이들처럼 음악을 잘 만들어 내는 팀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여타 가창 중심의 보컬그룹과 위상을 달리하는 이유다.
‘Pass Me By’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팬들에게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장점을 담고 있다. 파트를 나눠 만들어 내는 4인 4색과 나얼의 고음을 동반한 하모니를 담고 있기 때문. 거기에 더해 모던하고 경쾌한 EP 사운드와 역동적인 베이스라인도 감상 포인트다. 친숙한 R&B 발라드곡이지만 음악적 디테일이 곡의 고급스러움을 이끌어 낸 곡이라 할 수 있다.
‘BES Theme’은 팀 창단 10주년을 기념해 자축의 의미로 만든 브라운 아이드 소울 테마송이다. 힘이 넘치는 브라스 섹션과 남성미 넘치는 사운드가 매력적인 이 곡은 1970년대 유행한 영화 장르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영화의 OST를 연상시키는 필리 소울 곡이다. 특히 후반부를 주도하는 기타 중심의 강렬하고 꽉 찬 사운드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중창 그룹으로 규정하는 것이 왜 틀린 표현인지를 방증한다.
어떤 이들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게 음악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음악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구시대의 음악을 답습한다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창 그룹에서 출발한 이들은 지난 10년의 시간동안 ‘음악의 흐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통해 송라이터로서의 음악적 깊이를 더해왔고, 결국 가장 노래를 잘하면서 가장 음악적 디테일이 훌륭한 그룹으로 성장했다. 록그룹 블랙 키스(The Black Keys)가 생각난다. 과거를 답습한다며 그래미의 외면을 받아 왔지만 그들처럼 과거를 현재에 어울리게 재해석해 낸 팀도 없었다. 음악은 기술과 다르다. ‘성장’과 ‘발전’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원초적 감성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