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우면서도 쿨한 북유럽 애시드 재즈 팝 D’Sound (디 사운드) 새 앨범 [Signs]
재즈, 일렉트로니카, R&B, 모던 록 등 다채로운 색채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디 사운드 3인조 체제로 돌아온 5년만의 정규 앨범!
시모네의 청량한 보컬과 펑키한 그루브의 조화 ‘Signs’, 노르웨이의 힙합 아티스트 LidoLido가 참여한 ‘Jennifer’, R&B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애절한 멜로디 라인 ‘Dreamless Sleep’ 포함 도시적 세련미 넘치는 퓨전 재즈 팝 1CD 총 12곡 수록
2014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출연 확정!
10.18(토) 서울 올림픽 공원
흥겨우면서도 쿨한 북유럽 애시드 재즈/팝 D’Sound 트리오 체제로 다시 돌아온 5년 만의 신작 [Signs]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인 2000년대 중반, 국내 팝음악팬들 중에서도 세련된 트렌드에 특히 민감한 청자(聽者)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던 장르의 음악이 있었으니 바로 시부야케이(Shibuya-Kei)와 라운지(Lounge) 음악, 그리고 애시드 재즈/팝(Acid Jazz/Pop) 음악이었다. 시부야케이와 라운지 음악이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였다면 애시드 재즈/팝은 실제 악기 연주를 바탕으로 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었지만, 세 장르의 음악은 ‘그루브(groove)를 강조한 비非미국음악’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즉 2000년대 초중반 무렵 많은 국내 팝음악팬들을 사로잡은 음악은 격렬하고 화려한 댄스는 아닐지언정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감 충만한 음악이었던 셈이다. 당시 국내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던 애시드 재즈/팝 밴드로는 ‘Virtual Insanity’로 유명한 자미로콰이(Jamiroquai)를 비롯하여 브랜드 뉴 헤비스(The Brand New Heavies), 인코그니토(Incognito) 등이 있었는데, 이 영국 출신의 밴드들과 더불어 노르웨이 출신의 트리오 디사운드(D’Sound) 역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룹이다. 이들의 정규 4집 앨범인 [Doublehearted」(2003)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으며, 해당 앨범 수록곡인 ‘Do I Need A Reason’과 ‘I Just Can’t Wait’은 라디오 신청곡으로 자주 등장했음은 물론 각종 방송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 예고와 CF 등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디사운드는 2000년대 중후반 여러 차례 한국에서 공연을 가지기도 했으며,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에 감동하여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특별히 서울 공연 후기를 올리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 팬들과 상당히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기도 했다.
디사운드는 시모네(Simone/보컬리스트, 1970년생), 킴(Kim/드러머, 1969년생), 조니(Jonny/베이시스트, 1969년생)의 세 멤버로 이루어진 밴드이다. 드러머인 킴과 베이시스트인 조니는 미국의 유명한 재즈/실용음악 전문 대학인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캘리포니아의 명문대인 ‘UC버클리Berkeley’와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버클리 음대는 보스턴에 위치한 학교로 두 대학은 완전히 다른 대학이다. ‘월드스타’ 싸이를 비롯한 국내외 많은 대중음악 뮤지션들이 이 버클리 음대에 다닌 바 있다)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노르웨이로 돌아와 이런 저런 공연에 참여하던 도중 우연히 독일 태생으로 어린 시절부터 노르웨이에 거주하고 있던 여성 보컬리스트 시모네를 만나 의기투합하여 1993년 디사운드를 결성하였다. 이후 디사운드는 노르웨이의 소규모 클럽을 다니며 공연을 펼쳤는데, 출중한 실력과 음악적 개성 덕택에 이들은 곧 대형 메이저 레코드사였던 폴리그램(PolyGram)과 음반 발매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결성 4년 만에 발매된 이들 데뷔작 [Spice Of Life](1997)는 싱글 ‘Real Name’이 본국 노르웨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며 단숨에 이들을 스타로 만들었다. 또한 이 앨범은 이들을 노르웨이를 넘은 글로벌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는데, 싱글 ‘All I Wanna Do’가 일본의 팝음악팬들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며 라디오에 자주 신청곡으로 등장한 것이다. 재즈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펑크(funk)와 소울(soul)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리듬감, 그리고 북유럽 뮤지션 특유의 깔끔하고 달콤한 멜로디 라인을 결합한 디사운드의 음악색은 이 데뷔 앨범에서 이미 그 틀을 정립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이들은 ‘노르웨이의 그래미 어워드’라고 불리는 권위 있는 대중음악상 스필만푸리센 (Spellemannprisen)의 두 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두 번째 앨범인 [Beauty Is A Blessing](1998)은 노르웨이에서 데뷔작보다 더욱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데뷔작의 사운드를 더욱 깔끔하게 다듬으며 거기에 전자음악의 에너지와 팝발라드의 부드러운 정서까지 모두 담아낸 한층 진일보한 음악을 선보인 이 앨범을 통해 디사운드는 드디어 Spellemannprisen의 ‘최우수 팝그룹’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앨범에서는 ‘Down On The Street’와 ‘Tattooed On My Mind’가 높은 인기를 누렸다.
3집 [Talkin’ Talk](2001)에서 이들은 최초로 자신들이 직접 앨범의 프로듀싱을 지휘하며 음악적으로 한층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였다. 이 앨범은 당시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네오 소울(Neo Soul) 음악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디사운드의 앨범들 중 흑인 음악의 색채가 가장 강한 앨범이다. 또한 이 앨범을 통해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투어를 돌면서 자국 노르웨이를 넘어 글로벌한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은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낳아서, 이 앨범은 노르웨이와 유럽은 물론 일본과 홍콩 등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글로벌 뮤지션’으로서 이들의 정체성을 강화시켜준 작품은 바로 4집 [Doublehearted]였다. 전작 [Talkin’ Talk]에 비해 흑인음악의 요소를 줄이고 대신 팝음악의 요소를 강화하면서도 디사운드 본연의 리듬감 넘치는 사운드를 잃지 않은 이 작품은 유럽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된 앨범이기도 하다. 가볍고 달콤한 소프트 락음악인 싱글 ‘Do I Need A Reason’은 이들의 가장 큰 히트곡이 되었고, 몰아치는 리듬감과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I Just Can’t Wait’,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이 좋은 ‘Breathe In, Breathe Out’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 앨범의 성공 덕분에 그 전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이들의 전작들이 뒤늦게 라이선스로 발매되기도 했다. 2004년 베스트 앨범 [Smooth Escapes – The Very Best Of D’Sound]를 발매하며 자신들의 경력 전반부를 정리한 이들은 이듬해인 2005년 5집 [My Today]를 발매하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으며, 내한공연은 물론 국내의 전자음악밴드 허밍 어반 스테레오(Humming Urban Stereo)의 음반에 게스트 보컬로 참여하는 등 국내 팬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밴드는 음악적 휴지기에 들어갔다. 2009년 6집 [Starts And Ends]을 발매할 무렵 디사운드는 킴의 탈퇴로 3인조에서 2인조로 구성을 달리하게 되었으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앨범은 디사운드 특유의 리듬감이 사라진 비교적 가라앉은 락 사운드 중심의 음악을 선보였다. 앨범 발매 직후 다시 한번 내한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디사운드는 공식적인 음악 활동을 중단한 채 다시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2013년 킴이 밴드로 다시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다시 트리오로 재결합한 디사운드는 5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인 7집 [Signs]를 발표하였다. 오랫동안 이들의 음악을 듣지 못했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더욱 반가운 일은 이들이 2인조 시절의 다소 생경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전성기 시절의 리듬감 넘치면서도 깔끔한 사운드를 재현해냈다는 것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이자 타이틀 곡인 ‘Signs’는 2000년대 중반 디사운드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첫 10초만 들어도 단번에 ‘바로 이거다!’라는 반가움의 탄성을 지르게 할 정도로 그루브 가득한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를 담고 있다. 담백하고 여성스러운 시모네의 보컬은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결 같은 매력을 담고 있으며, 적절하게 쿵짝거리는 조니와 킴의 리듬감 역시 여전히 흥겹다. 디사운드 특유의 이 ‘흥겨우면서도 간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은 ‘Signs’ 외에도 ‘Something Real’, ‘The Girl’, ‘Lose Control’, ‘Jennifer’, ‘Win It’ 등이 있다. 특히 인트로 부분을 장식하는 신디사이저 소리와 더불어 베이스의 흥겨운 연주가 귀를 사로잡는 ‘The Girl’, 이들의 예전 히트곡 ‘I Just Can’t Wait’를 연상케 하는 ‘Lose Control’, 도시적인 세련미가 물씬 풍기는 펑키한 분위기의 ‘Win It’은 리듬감 넘치는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상의 선택이며, ‘Jennifer’의 경우는 노르웨이의 잘생긴 백인 힙합 뮤지션 리도리도(LidoLido)와 함께 한 곡으로 이 앨범에서 흑인 음악의 끈적한 색채가 가장 강한 곡이다.
반면 이들의 과거 히트곡 ‘Do I Need A Reason’으로 대표되는 디사운드의 또 다른 장기인 가볍고 부드러운 미드/슬로우 템포의 팝적인 곡들 역시 앨범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이 계열의 곡으로는 ‘Love Like Rain’, ‘Close To Me’, ‘Magnet’, ‘Dreamless Sleep’, ‘Paying’ 등이 있는데, 이 중 조니의 화려한 베이스 연주가 뒤를 받치는 ‘Magnet’과 R&B 발라드를 듣는 듯한 분위기의 ‘Dreamless Sleep’은 감상적인 멜로디 라인과 애절하게 호소하는 듯한 시모네의 보컬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곡들이다.
이 앨범에서 디사운드는 5년 만의 신작(3인조 체제로는 9년 만의 신작) 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한 전혀 늙지 않은 듯한 모습의 음악을 들려주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흥겨움과 따스함, 밝음과 담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처럼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미와 쿨함을 간직하고 있는 흔치 않은 음악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참으로 반갑다.
2014. 10. 글 이규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