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카 2nd EP [Wi Dem A Free]
Reggae Ska Groove Makers. 레게와 스카로 그루브를 만드는 이들. 줄여서 ‘레스카’다. 자메이카 출신 45세 아저씨의 외모에 논산 출신 20대 청년의 영혼을 간직한 보컬 홍기, 훤칠한 미모와 허당스러움을 겸비한 키보디스트 전혜림, 개성이 없는 것이 개성인 베이시스트 우자, 뛰어난 기교와 잦은 잔소리로 밴드를 이끌어가는 기타리스트 고석희, 호방한 외모에 알맞은 거침없는 연주로 밴드의 리듬을 맡는 드러머 모상민, 그리고 막내지만 평균 정신연령이 워낙 낮은 밴드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트럼보니스트 이준연 등 여섯의 멤버로 이뤄져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자메이카산 댄스 음악인 레게와 스카에 바탕을 둔 음악을 한다. 보컬 홍기의 설명으로는 ‘으짝으짝’거리며 오프비트(offbeat)를 강조하는 특유의 리듬에 두껍고 묵직한 베이스라인이 깔리는 게 레게, 그리고 레게의 원조 격으로 그보다 템포를 좀 더 빠른 음악이 스카라고 한다. 물론 ‘레게의 전설’ 밥 말리부터 ‘레게 파티’의 김흥국에 이르기까지 오랜 역사와 수 많은 손녀 손자를 가지고 있는 장르를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하기에는 무리다 싶지만, 사실 밴드 레스카의 음악에 한정한다면 이 정도의 설명이 오히려 딱 알맞다. 장르 자체에 매달리기 보다는 좀 더 폭 넓게, 요컨대 ‘노래’를 만들고자 하는 게 그들의 지향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들의 두 번째 EP [Wi Dem A Free]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다섯 곡의 노래가 담긴 이 앨범에서 일단 느껴지는 것은, 의외의 진중함이다. 흔히 레게 스카 음악이라 했을 때 생각나는 신나고 춤추기 좋은 곡들, 물론 있긴 하다. ‘그렇게 살면 돼’나 이미 붕가붕가레코드 컴필레이션에서 선보인 바 있는 ‘너의 작은 손’ 같은 곡들. 하지만 이 앨범에서의 무게 중심은 느린 템포의 곡들에 실려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통해 인상적인 노래 솜씨를 선보인 바 있는 정서경이 객원으로 참여, 홍기와 듀엣을 이루는 보컬의 멜로디 라인이 레게 장르에서는 드물게도 후주를 장식하는 고석희의 폭발적인 기타 연주와 주고 받으며 곡을 끌고 나가는 ‘MAMA’가 대표적이다. 이런 느낌은 묵직한 서정을 담고 있는 ‘밤의 등대’나 ‘서쪽 하늘 눈 붉어지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레게 리듬은 그저 바탕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 거듭 강조하지만 레스카의 핵심은 ‘노래’에 있는 것이다.
지난 EP로부터 4년, 코드네임 ‘방망이 프로젝트’. 방망이 깎는 노인마냥 수없이 깎고 깎고 계속 깎고 있다 하여 멤버들이 자조적으로 부르던 이름이다. 덕분에 앨범 제목이 ‘방망이’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다행히 자메이카 방언(Jamaican Patois)으로 ‘우리, 자유롭자’라는 의미의 ‘Wi Dem A Free’라는 타이틀을 달고 드디어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됐다. 밴드가 2007년에 결성됐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밴드 초창기 자신들의 음악을 ‘충청 레게’라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나쁘게 말하면 게으르고 좋게 말하면 느긋하게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시간 동안 이들은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레스카의 두 번째 EP [Wi Dem A Free]는 그 시간의 결과물이자 앞으로도 계속될 성장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앨범 발매 2주일 후인 11월 1일(토)에는 단독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홍대 인근 클럽 타에서 저녁 7시부터 시작될 이번 콘서트에는 짧지 않은 활동 기간 동안 처음으로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만큼 레스카 멤버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유감 없이 선보일 예정이다. 게스트로 이번 앨범에 참여하기도 한 ‘위대한 탄생’ 출신의 가수 정서경과 최근 글로벌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러브엑스테레오가 함께 한다. 예매는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www.bgbg.co.kr).
음악이 돈이 되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붕가붕가레코드 상업음악 시리즈 21번째 작품이다. 홍기와 혜림이 작사/작곡하고 편곡은 레스카 멤버들이 모두 함께 했다. 녹음과 믹싱 역시 홍기가 직접 했고, 권선욱이 공동 프로듀서로 거들었다. 마스터링은 나잠 수(쑥고개III 스튜디오). 디자인은 언제나처럼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이다. CD와 디지털음원의 유통은 미러볼 뮤직이 맡는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