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기억하다. 버즈 정규 4집 [Memorize]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현재다. 과거에 저장된 영광도 상처도 모두 현재의 언어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8년 만에 다시 활동을 시작한 버즈는 4집 앨범의 타이틀을 “Memorize”로 정했다. ‘기억하다’라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에서 버즈가 느끼는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염려와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강력한 브랜드를 감출 수도 없고, 과거의 브랜드를 벗어던지고 싶은 욕구 또한 버릴 수 없는 딜레마. 반년여의 시간 동안 버즈는 이 갈등 속에서 스스로 두드리고 다듬으며 현재의 언어로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 팬들이 기억하고 싶은 버즈의 과거를 현재의 음악과 언어로 풀어낸 8년 만의 정규 4집 “Memorize”. 과거는 반드시 사라진다. 다만 현재의 이야기로 새롭게 만들어질 뿐이다.
현악과 어울린 세련된 발라드
버즈의 이번 앨범에는 인트로, 히든 트랙을 제외하면 4곡의 발라드 곡과 밴드 성향이 강조된 6곡이 수록되었다. 이전 발라드 곡으로 사랑 받았던 버즈 특유의 강점과 한층 성숙해진 밴드 버즈의 사운드에 동시에 매료될 수 있는 앨범 구성이다.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나무’는 대표적인 발라드 트랙이다. 건반 베이스에 현악이 은은하게 얹혀 있으며 슬픔을 억누르듯 던져내는 민경훈의 보컬이 두드러진다. 드라마틱하게 고조되는 곡의 후반부에서는 버즈 특유의 센티멘탈리즘을 경험할 수 있다. 관심을 끄는 건 10번 트랙에 수록되어 있는 ‘나무’의 오리지널 버전.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는 오리지널 곡은 사운드의 두께를 줄이고 민경훈의 섬세한 감성과 현악의 슬픔을 강조했다. 같은 멜로디의 다른 느낌을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으며, 버즈의 절제된 감성이 또한 매력적이다.
‘너는 나의 꽃이야’ 역시 버즈 특유의 매력이 십분 발휘 된 발라드 곡이다. 특히 이 곡은 히트곡 ‘겁쟁이’를 만들어 낸 최갑원이 작사에 참여했다. 거부감 없는 곡 전개와 사랑을 주제로한 가사가 대중적이다.
반대로 ‘그대여’는 버즈표 발라드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고맙고 여린 엄마의 모습을 진지하게 그리고 있으며,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폭발하는 후반부의 사운드에서는 강렬하고 세련된 록발라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모던록 기반의 밴드 사운드
미리 싱글 커트된 ‘8년 만의 여름’과 ‘Train’도 그러했지만 새롭게 수록된 많은 곡에서 밴드로서의 버즈를 만끽할 수 있다.
더블 타이틀로 정해진 ‘안녕’은 댄서블한 사운드와 사운드를 감싸는 일렉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현재 글로벌 록씬의 트렌드인 일렉트로닉과 결합된 흥겨운 록사운드를 버즈의 색을 담아 재해석했다.
외국곡에 가사를 더한 ‘Good Day’는 가볍고 친근한 접근이 인상적이다. 특히 예전 자신들의 히트곡 제목들을 가사 안에 담아 완성한 부분에서는 버즈 멤버들의 재기와 장난기를 엿볼 수 있다. ‘겁쟁이’, ‘가시’, ‘남자를 몰라’가 가사에 녹아 있다.
‘그림자’에서는 한층 강렬해진 버즈를 만날 수 있다. 뮤즈(Muse)를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창법은 물론, 날 선 가사에서도 버즈의 거칠고 날카로운 감정선이 살아있다. ‘다 감싸도 소용없이. 모두 알아 위선자. 너는 그림자. You lost control’과 같은 가사는 심히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다.
‘Star’에서는 ‘그림자’의 공격성과 반대되는 감성적인 록사운드가 표현되어 있다. 좌절과 성찰을 내면적인 고민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크랜베리스(The Cranberris)를 연상시키는 이색 창법과 희망적인 곡 전개가 특징이다.
8년 만의 정규 앨범. 대중의 시선과 상업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긴 공백 뒤에 다시 사랑 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버즈의 이번 정규 앨범은 반갑다.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밴드 스스로의 길에 발을 올렸다는 것. 새로운 도전을 통해 스스로가 만족할 때 성공과 영광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