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라디오' [붉은 입술]
작년 첫 정규 앨범 [Shut Up And Dance]을 발표한지 꼭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연말 결선 대회에서 로큰롤 라디오는 대상을 수상했다. 이미 대회가 있기 전부터 많은 음악관계자들이 이들의 수상을 예상했을 만큼 2013년 로큰롤 라디오의 활약은 신인 밴드로선 독보적이었다. 이들은 대형 음악페스티벌부터 작은 클럽 무대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가졌고, 그로 인해 생긴 입소문을 바탕으로 기대에 맞는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Shut Up And Dance]는 확실히 좋은 앨범이었다. 좋은 악곡과 좋은 편곡이 있었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연주력도 있었다. 보컬은 근사한 무드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이 전체를 조화롭게 드러내는 사운드도 훌륭했다. 공연을 통해서 기대감을 높였다면, 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이 가장 주목 받던 신인 밴드는 그 주목도에 걸맞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또 '서울소닉 2014'의 일원으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을 비롯해 북미 지역을 돌며 공연을 가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클럽 무대에 서는 동시에 대형 록 페스티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모든 것이 첫 앨범을 발표하고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이다. 요컨대, 로큰롤 라디오는 2014년 한 해 동안 가장 주목 받는 신인으로 얘기돼왔고, 그에 걸맞은 활동과 결과물을 보여줬다. 이번에 발표한 싱글 '붉은 입술'은 시기적으로 1집 활동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노래다. 2014년 초 북미 투어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해봤던 로큰롤 라디오는 10월에 다시 약 보름간 CMJ 뮤직 마라톤(Music Marathon)과 컬처 컬라이드(Culture Collide)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갖고 온다. 투어에 앞서 팬들을 위해 미리 발표하고 떠나는 싱글인 셈이다. "붉은 입술"은 로큰롤 라디오의 모든 매력이 담겨 있는 노래다. 이들은 여전히 탄탄한 리듬 섹션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선명한 기타 연주로 여전히 듣는 이들을 춤추게 하려 하겠지만, 이는 단순히 '닥치고 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래는 자연스레 박자를 맞추고 몸을 움직이게 만들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서는 묘하게도 어둡고 슬프다. 이는 '울면서 춤추기'일 수도 있고 허무함의 또 다른 표출일 수도 있다. 로큰롤 라디오의 음악은 늘 이런 복합적인 정서가 공존해왔다. 이별을 비롯한 감정의 상실을 주로 말하는 노랫말과 그 모두를 잊으려는 듯 열중하는 춤곡, 여기에 허무함을 얹은 듯한 보컬의 음색은 로큰롤 라디오 음악을 특징지어 왔다. '붉은 입술'은 그런 특징을 자신 있게 드러낸다. 김진규(기타)는 프로듀서 역할까지 맡으며 곡 작업을 주도했고, 김내현(보컬)의 매력적인 중음은 한층 더 안정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돋보이는 이민우(베이스)와 최민규(드럼)의 리듬 섹션이 있다('붉은 입술'의 베이스 라인을 들어보라). 단언컨대, 김진규의 화려한 플레이는 이들의 리듬 섹션이 있기에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듯 로큰롤 라디오는 '붉은 입술'을 발표하고 바로 미국으로 떠나 공연을 갖는다. 해외 진출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는 상태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곡들을 좀 더 자유롭게 싱글로 발표하고 정규 앨범 전에 EP도 발매할 계획이다. 향후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또 이들의 음악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로큰롤 라디오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붉은 입술'은 그 첫 걸음이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