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선명한, 날 것 그대로의 한편의 느와르 영화.
래퍼 겸 프로듀서 차붐(Chaboom)은 그 동안 Mild Beats와의 콜라보레이션 앨범 [Still Ill]과 프로듀싱 크루 Unspoken의 컴필레이션 앨범 [Rainbow7]으로 가수와 프로듀서 모두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는 등 이미 평단과 힙합 음악의 매니아 사이에서 실력에 있어서는 찬사를 받아왔던 뮤지션이다. 또한 그는 Bling The Cash의 두 번의 팀 싱글 앨범을 발매하였고, 솔로 활동으로도 다른 뮤지션들의 다수의 곡과 앨범에서 랩 및 프로듀서로써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12곡짜리 첫 번째 정규 앨범을 통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Original]은 테마와 컨셉이 확실한 앨범이다. “저녁 9시에 시작하여 아침 9시에 끝나는 앨범.” 차붐은 도시의 밤과 새벽을 총 12곡의 트랙에 녹여낸다. 앨범의 모든 곡들은 하나의 질문에 대해 풀어가는 과정이다. “과연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모두 소화시킬 수 있는가?”
1번트랙인 ‘안산 느와르’는 책의 목차,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에 해당한다. 본인의 출신지인 도시 안산에서 살아가는 이른바 “느와르적인 삶’을 이야기 한다. ‘양아치 어조’를 시작으로 ‘Dressed 2 Chill’, ‘침대는 과학이다’에서 ‘반도의 No.1 난봉꾼’까지는 신나고 감미로운 트랙이 주를 이루며 주말 저녁의 번화가 같은 묘한 설레임과 흥분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우린 앨범을 들으며 2번 트랙에서 5번 트랙까지 의심 없이 이른바 ‘욕망’을 한 가득 배불리 채운다. 그리고 나레이션의 새벽 3시를 알리는 속삭임과 함께 앨범의 딱 중간인 6번째 트랙 ‘Dead Man Walking’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차붐의 진정한 진가가 발휘된다. ‘쌈마이’, ‘빠라삐리뽕’, ‘Golden Devil Necklace’에 이르기 까지 그는 아까 가득 채워 놓았던 이른바 “욕망”들을 사람들이 다시금 토해내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의 선명한 묘사력은 도시의 골목 하나하나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이 설득력 있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다. ‘파블로프의 개’에 이르러서는 결국 분노를, ‘031’에서는 자기 한탄을 쏟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트랙인 ‘88’에 이르러 모든걸 다시금 비운 채로 자신에 대해 읊조린다.
그의 첫 정규 앨범인 [Original]은 앨범 제목에서 보이듯이 “있는 그대로의 차붐” 혹은 “있는 그대로의 현 젊은이들”을 대변한다. 차붐 특유의 거친 말투와 욕설이 섞인 단어들은 이제 더 이상 세게 다가오지 조차 않는다. 그의 곡 앨범에 전체적으로 짙게 퍼져 나오는 현장감은 하나의 찝찝한 다큐멘터리 필름을 감상한 느낌을 준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강렬하다.
차붐의 첫 정규 앨범인 [Original]은 어떠한 의미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힙합 음악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힙합을 이루는 서구적인 요소들은 존재 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현재가 음악에 녹아 들어 씁씁한 뒷맛을 남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