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 샴 (Lil Cham)의 첫번째 정규앨범 [Cham]
거침없는 가사. 솔직한 입담. 대조적이게도 트렌디하고 세련된 랩핑. '나빠', 'Done', 'Bad Girls' Anthem' 등의 전작은 릴 샴이라는 랩퍼의 아이덴티티를 여과없이 보여줬다. "나쁜년" 이라는 다소 낯뜨겁고 생소할 수 있는 캐릭터는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누군가에겐 신선함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릴 샴은 꾸준한 싱글 앨범 발매 만으로 힙합씬에서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실 그녀의 "나쁜년(Bad Bitch)" 이미지는 본토 여성 랩퍼의 계보에서 전혀 생소하지 않은 페르소나다. 오히려 클리셰에 가깝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아티스트와 매니아들은 그녀의 캐릭터보다는, 입꼬리를 올리게 만드는 가사 센스와 세련된 플로우에 매력을 느낀다. 기성 힙합 아티스트들이 보내는 러브콜들과 감탄사들은 릴 샴만이 할 수 있는, 릴 샴만이 구사하는 랩핑의 영역이 생긴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릴 샴의 이번 정규 앨범은 팩토리보이 프로덕션의 수장으로 프로듀서이자 랩퍼인 페임제이(FAME-J), 그녀와 같은 팩토리보이 소속이자 CMYK의 프로듀서 투덱스(Twodeckz), 신예 랩퍼이자 프로듀서인 Dwang, 이미 수많은 히트곡들로 알려진 프로듀서 전군, 그리고 릴 샴과 멋진 궁합을 자랑하는 여성 프로듀서 CJ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앨범 전체를 총괄한 CJ의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과 세련된 감각은 앨범 전체를 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릴 샴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낸다.
첫 정규앨범 'CHAM'은 여성랩퍼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모습이 드러난다. 또한 릴 샴의 정체성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앨범이다. 천박한 듯 섹시한, 투박한 듯 하나 똑똑한 가사 역시 변하지 않았다. 흑인 음악 특유의 거친 느낌 역시 그데로 안고 간다. 클럽 튠부터 PB-Rnb, 미니멀한 Drum & Bass 기반의, 혹은 Trap까지 다양한 장르 안에서 릴 샴은 그녀만의 흐름을 보여준다. 총 11곡으로 셀렉한 이 정규 앨범에는 버벌진트, 일리닛, 산이, CJ, 전군, 일레븐(I11evn), Dwang, Don Mills 등 여러 베테랑 아티스트들과 신인들이 참여했다.
이미 싱글컷으로 발매된 'Done', '나빠', 'Bad Girls' Anthem', 'Raw', 'All' 외에도 CJ의 미니멀한 드럼 위, '음악 치료'라는 주제 아래 완성된 'Therapy', 이젠 슬슬 익숙한 릴 샴의 내스티한 매력과 거침없는 가사가 돋보이는 'Alpha Bitch', 자전적인 가사와 그녀의 애티튜드가 확실히 드러난 'HIM', 또한 매니아들과 아티스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빠'를 보다 펑키하고 올드스쿨적인 느낌으로 재구성한 '나빠 Remix'가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 곡인 '위험해'는 다채로운 편곡과 트렌디함이 돋보이는 클럽뱅어로 CJ와 전군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되었다. 클럽에서의 아찔하고 짧은 만남을 담은 곡이지만 가사는 결코 뻔하지 않다. '오늘 조금 위험해'라는 릴 샴의 가사에 '위험하긴해 살짝'이라고 응수하는, 능글맞으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버벌진트 역시 섹시하다. 프로듀서이자 보컬로 참여한 전군의 세련된 프리 훅에서 이어지는 릴 샴의 훅은 중독성있다. 두 남녀의 입장에서 릴 샴은 깔끔하고 바운스감 있는 랩핑을, 버벌진트는 유려하고 세련된 플로우를 선사한다.
또한 피비알앤비의 묘한 분위기를 담은 'Ride'에는 남녀의 관계를 '드라이브'에 비유하며 릴샴의 감각적인 플로우가 이어진다. 곡의 프로듀서인 CJ는 훅에 참여하며 보컬로서의 역량 역시 뒤쳐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산이(San E)의 센스있고 거침없는 가사 역시 곡의 분위기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돋보인다.
결코 친근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하지만 확실한 색깔과 기준을 제시한다. 이번 릴 샴의 첫번째 정규 앨범은 그렇다. 긴장 풀고, 어깨에 힘 빼고. 그렇게 들어도 취향이 아니라면 뭐 어쩔 수 없다. 애초에 다수의 취향을 위한 음악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된, 세련된 힙합, 그런 여성 랩퍼의 음악에 목말랐던 힙합 팬들에겐 이번 그녀의 첫 정규앨범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