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원초적인 리듬으로 더욱 깊게, 더욱 높이 데뷔 15주년을 맞이하는 Ynot?(와이낫?) 매듭, 그리고 또 다른 시작 - Ynot? 컨셉트 앨범 3부작의 완성 [Swing]
# 펑키락, 그 흥겨움에 비례하는 음악의 무게에 대하여
인디라는 이름의 음악씬이 태동하기 시작했던 90년대 중후반, 1998년에 결성된 와이낫은 지금까지 꾸준히 ’펑키락' 리듬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왔다. 특히, 밴드의 이름과 동명의 곡인 ‘Ynot?’은 꽹과리의 작렬하는 리듬을 앞세운 터질 듯한 펑키 에너지로 데뷔 당시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이후 짧지 않은 15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의 음악적 기록은 데뷔앨범 [This is the freedom to the power!] (2002년) 이후 2집 [아지랑이 리듬] (2009년), 3집 [What the Funk?](2010년) 에 이르는 총 3장의 정규앨범과 , 2장의 CD로 된 라이브 앨범 [Ynot? 生](2012년), 그리고 싱글앨범 [Cherry](2003년), [Re-Member](2005년), [GreenApple](2008년)들에 차곡차곡 담겨왔다.
뿐만 아니라, 1,000회가 넘는 크고 작은 공연을 비롯, 국내 유수의 대형 락페스티발의 라인업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 삿뽀로에서 열리는 음악축제에 2년 연속(2002년, 2003년)으로 출연했다. 이 외에도 자체적으로 기획, 연출한 단독공연 시리즈 'Purple People’을 비롯, 여러 동료뮤지션들과 함께하는 기획공연들도 꾸준히 열어왔다.
와이낫의 음악이 가진 또다른 매력은 보컬리스트 전상규가 연주하는 꽹과리의 리듬과 사운드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펑키한 락의 리듬과 한국적 리듬을 멋지게 아우르는 와이낫의 연주는 특히 라이브 공연에서 엄청난 에너지로 폭발한다. 날카롭고 뚜렷한 쇠의 소리가 전기기타의 소리와 다투듯 혹은 재잘대듯 주고받는 연주는, 많은 이들이 와이낫의 음악에 중독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어떤 포인트에서 리스너들을 가장 신나고 흥분되게 만들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와이낫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국악의 리듬을 서양의 리듬과 정면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청자/관객들의 귀와 몸이 가장 원초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특히, 보컬리스트 전상규가 장구를 연주하며 드럼과 협연을 하거나 20여 명의 다른 밴드 멤버들과 타악기만으로 한 곡을 연주하는 등, 와이낫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실험과 연출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과 무대를 가장 와이낫다운 무엇으로 무르익게 만들어왔다.
# 세상에게,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직설화법 - Why Not?
음악은 사운드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노랫말을 함께 담고 있다. 음악이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언어라는 점에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뮤지션의 태도와 시선은 그 노랫말에 오롯이 담긴다. 일상의 부조리와 세상사에 대한 와이낫의 시선은 지금까지 많은 노래들에서 크고 작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가벼운 사랑얘기와 의미없는 라임(rhyme)이 넘쳐나는 대중가요의 현실에서 삶과 사람,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려는 노랫말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시간이 지나 곱씹어 보게 되는 것이다.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중 '내가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이라는 가사는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처럼 흥분하거나 분노하다가도 언제 그랬나는 듯이 잊어버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노래에서는, 세태를 비난하고 짐짓 진보적이고 깨어있다는 듯 하지만 어떻게든 기를 쓰고 제도권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와이낫의 생각을 ‘너는 그들이 되었네. 그 손을 잡는 순간 Now you are in the cartel of silence’라는 노랫말에 담았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 묻는다, ‘넌 무얼하나, 그것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친구와 넌 왜 그리 똑같은가’ 하고. 한 가지의 색깔만으로 언제나 싹쓸이되고 마는 모든 문화적 행태들과, 그것을 비판하는 것조차 똑같은 사람들에게 ‘Let’s Rock Now’라는 제목의 곡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하는 [Swing]앨범도 예외는 아니다.
앨범을 여는 첫 곡 ‘What I said’ 에서는 ‘처음부터 넌 생각조차 없었지. 오로지 너의 몸뚱이만이 더 중요할 뿐’이라고 말하며, 굳이 권력을 쥔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람들에 대해 일갈한다. 좀 더 직설적인 정치적 의견을 담은 노래들도 있다. ‘Isn’t it the Zionism? Isn’t it the Chauvinism? Isn’t it the Jingoism? I call it Fascism’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스라엘과 어느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Jericho’의 가사다. ‘사랑은 보증금만큼 자라나고, 우정은 보증보다 가벼워지네. 신념은 온라인에서 굳건하고, 취향은 온에어에서 피어나네’라는 직설적인 가사로 현 세태를 고발하는 ‘Get along’, 사실도, 논리도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자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Story Irony’도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
# Low, High, 그리고 Swing에 이르는 3부작의 완성
-모든 멤버들이 함께 호흡했던 ‘원테이크 레코딩’
가장 최근의 정규 앨범인 2011년의 'What the funk?'에서 강력한 락 사운드에 박차를 가했던 와이낫은 시간을 두고 3장의 컨셉트 앨범을 계획한다. 차근차근 준비한 음악들은 2012년 말부터 세상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Low]에서 [High]로 이어진 두 장의 EP는 드디어 2014년 12월, 12곡의 음악을 충실하게 담은 앨범으로 매듭을 짓게 되었다. 시리즈 음반의 각 제목들은 와이낫 멤버들이 평소 지방 공연을 가거나 했을 때 즐기는 카드게임에서 따 온 것으로, 장난스럽게 이름지은 것이다. 데뷔 음반때부터 보라색을 팀의 상징처럼 사용했던 와이낫은 이 보라색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Low]의 빨간색과 [High]의 파란색이 필요했음을 알리고, 이 시리즈 음반이 보라색으로 완성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와이낫은 발표하고 연주하는 곡들의 분위기에 저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이번 앨범은 그러한 음악들의 다이나믹이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처음 발표된 [Low]는 평소 음반과 공연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좀 다른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 이후의 [High]에서는 기존의 펑키한 사운드를 조금 더 단단히 만든 곡들을 넣었는데, 이번에 발표되는 [Swing]에서는 이러한 음악적 분위기 뿐 아니라 가사의 내용 등 여러가지 면에서 앞선 앨범들의 두 가지의 색깔을 버무려 ‘와이낫 음악성의 모든 것’을 펼쳐 보인다. 강력한 락사운드는 물론, 감성적인 멜로디의 곡들과 국악 리듬을 차용한 곡까지 풍부하게 실어 그동안 와이낫이 추구하고 경험해 온 음악의 다양성과 깊이를 모두 보듬으려 애썼다. 밴드의 결성 15주년을 맞아 그동안 추구해 온 와이낫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담아낸 것이다.
한편, 이번 앨범은 녹음 과정에서도 특별한 시도가 있었다. 연주자가 한 명씩 따로 부스에 들어가서 녹음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전 멤버가 한꺼번에 서로 연주의 합을 느끼면서 한 공간에 둘러앉아 녹음을 했다. 이른바 ‘원테이크 레코딩’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와이낫의 이러한 시도는 전혀 갑작스럽지 않다. 2012년에 발표한 라이브앨범은 아무런 믹싱 혹은 사후 수정작업없이 라이브 현장의 소리와 분위기를 그대로 싣는 데에 가장 큰 의미를 두었다. 말 그대로 ‘生’ 라이브를 담아낸 것이다. 때문에 다른 일반적인 라이브음반에서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들리는 말끔한 환호성과 적절한 악기 간 밸런스를 기대했다면, 다듬어지지 않은 사운드에 실망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라이브앨범을 녹음하기 위한 공연장으로, 그들이 가장 자주 공연을 해 온 작은 라이브클럽을 선택했다. 가장 친숙한 관객과의 거리, 그리고 서로의 호흡과 땀냄새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그들에게는 가장 적절한 장소였던 것이다.
이러한 원테이크 녹음방식은 사전에 충분한 연습과 준비도 필요하지만 특히나 밴드 멤버들의 팀웍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수다. ‘원테이크 레코딩’의 필연적인 어려움이자 그 때문에 동시에 생기는 매력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연주자 개개인의 사소한 실수나 완벽한 연주보다는 전체적인 에너지와 느낌이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녹음방식이다. 덕분에 우리는 와이낫의 이번 앨범에서, 15년이라는 시간이 빚어낸 팀웍과 호흡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호흡을 주고받으며 눈빛을 동시에 교환하는 합주 형태로 녹음된 음악은 ‘완벽한 연주’는 아닐지언정 말 그대로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길 수밖에 없다. 앨범 수록곡 중 'Story Irony'는 메트로놈을 배제한 채 꽹과리를 포함한 모든 악기의 연주자들이 라이브 공연처럼 한 번에 녹음을 했다. 사후 수정하는 과정 또한 없었음은 물론이다. 다른 곡들 또한 녹음실에서 즉흥 연주를 통해 노래의 근간을 만들고 점점 발전시켜 곧바로 녹음하는 등, 이번 앨범 [Swing]에서는 철저히 준비한 음악들과 즉흥적인 느낌에 의해 만들어진 곡들이 고루 분포하고 있어 리스너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한편, 와이낫은 밴드 결성의 15주년과 3부작 시리즈 앨범의 완성을 맞이하여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오랜 시간동안 와이낫과 함께 음악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호흡한 '친구'이자 '증인’과도 같은 로다운30, 10cm, 3호선버터플라이가 함께한다. 일반적인 단독콘서트와는 달리 마치 페스티발처럼 펼쳐질 이번 공연은 '와이낫, Swing Festival'의 이름으로 12월 19일(금)에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