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있는 촌스러움’ 키스톤즈의 리트로 힙합 [Back To Back]
재개발을 한다안한다 말 많은 낡은 아파트 입구의 옛날 치킨 집, 큼지막한 통닭 한 마리와 생맥주 한잔씩을 시켜놓고 으레 TV앞에 자리 잡는다. 채널은 당연 야구 중계, 각자 라이벌 팀을 응원하는 이 둘은 동네에 한두 명쯤은 있을 법한 야구광이다. 오늘도 음악 작업이야기를 하자고 모여 놓고는 본래의 취지를 잊고 응원에 열을 올린다. 그래도 이날의 성과 하나는 있었다. 팀명을 정한 것, 이름하야 키스톤즈(Keystonez). 유격수와 2루수를 의미하는 ‘키스톤 콤비’에서 가져왔다. 역시 그들답다. 아무도 몰라주는 이름을 지어놓고는 뿌듯해한다. 이렇게 유부남 MC와 아저씨 DJ의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홍대는 더 이상 이 둘의 주 무대가 아닌 모양이다. 살짝 변두리 술집에 단골이 된 카말과 The Z는 술이 한잔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요즘 것들에 대한 한탄을 시작한다. 누가 꼰대로 보진 않을까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왕년에 동네 아가씨들 좀 울려봤다며 허세도 부려본다. 여느 술자리와 마찬가지로 두서없는 이야기들이 서로 부닥치다가 어느덧 숙연해지는 순간이 왔다. 드럼 소스에 대한 고민, 소재에 대한 고민들을 서로서로 털어놓다가 앨범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큰 맥락을 잡는다. 콘셉트는 '리트로(Retro)'. 철지난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 혹은 익숙한 것들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키스톤즈의 첫 번째 EP [Back To Back] 안에는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걱정, 다가올 날에 대한 기대가 혼전을 이룬다. 카말과 The Z는 세상의 흐름에 둔감한 편이다. 딱히 유행이라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진 않다만, 그에 발맞추지 못하는 이들을 ‘촌스러운’ 사람 취급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서랍 깊숙이에 쑤셔놓은 펑퍼짐한 옷들을 꺼낼 때(‘Bring Back’中)”라며 ‘과연 유행과의 거리감이 뒤쳐짐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본다. 유행을 시쳇말로 대세(大勢)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독 대세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 언더그라운드라고 해서 그 영향력을 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허나 이 둘은 “포장만 그럴듯하지 잼 없이는 먹기 싫은 비스킷(‘Be Wild Rewind’中)”이라며 대세에 일조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고민해왔던 지난날들은 여전히 소중하다. 열정과 고민의 흔적들, ‘Daykeeper’에서는 ‘잊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꿈의 문턱에서 단어들을 모아 작은 방 안에서 작은 파티를(‘Daykeeper’中)” 열었던 수많은 밤들, 그 흔적들이 시간이 지나 지워질까 걱정하는 모습이 사뭇 우리네 이야기인거마냥 익숙하다. 걱정거리는 그뿐만이 아니다. “날 버린 그녀한테 못내 못 밝힌 내 마음 때문에 잠 못 잘 때보다 이젠 날 기다릴 날들이 더 (‘걱정돼’中)” 걱정되는 요즘이다. 취업에 결혼, 내 집 장만에 육아까지… 20대 때의 고민은 그대로인데 30대가 되자 새로운 걱정거리가 더해진 것만 같다. 허나 노래 속에 키스톤즈는 축 쳐져 있지만은 않는다. 걱정 말라며 형, 누나, 동생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진짜 히어로는 우리 곁에(‘Unsung Hero’中)” 있다며 우리 서로가 서로의 영웅이 되어보자고 독려하기도 한다.
난생 처음 본 경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했던 담소들을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약간은 두서가 없을지언정 거창하기보단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일까. 왜 이 둘은 멋 부리기보다 솔직하기를 택한 것일까. 그에 대한 질문에 키스톤즈는 ‘공감’이라는 답을 내놨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돈(Money)과 멋(Swag)을 주제로 한 노래들에 이 둘은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유행이라 해서 자신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룰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이 둘은 차라리 ‘촌스럽기’를 택했다. 끝으로 계속되는 불황 속 점점 시들어가는 음반시장에 소신껏 ‘촌스러운’ 앨범을 내놓은 키스톤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흥행과는 별개로 이들의 노래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를 희망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