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연금술사, 헤르쯔 아날로그! 일상의 간극을 파고드는 감성 스토리텔링 뮤직의 새 지평을 열다. 수년 간의 작업 끝에 탄생한 마법 같은 단 하나의 작품 [Herz Analog]
지난 여름 발매한 데뷔 EP [Prelude]로 뜨거운 햇살을 달랜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 에피톤 프로젝트 등 파스텔뮤직의 쟁쟁한 실력파 뮤지션들이 참여한 그의 EP 앨범은 발매 이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JYP 작곡가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과 서울대 출신의 재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자체적으로 싱글 앨범 [Score Glitch]을 발매한 지 햇수로 벌써 5년. 오래도록 손꼽아 기다려 온 헤르쯔 아날로그의 정규 1집 [Herz Analog]가 드디어 공개된다.
헤르쯔 아날로그는 독일어로 ‘심장’을 뜻하는 ‘Herz’와 ‘아날로그’가 더해져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심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의 첫 정규 앨범 이름이 다름 아닌 [Herz Analog]라는 사실은,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향을 가득 품고 있는 이번 앨범에 그런 그의 ‘아날로그성’이 가득 녹아있다는 점과 닿아있다. 첫 정규 앨범인 만큼 거창하고 화려한 사운드로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그는 일상 속의 것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데 힘을 기울였다. 작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다듬은 사운드는 마치 어릴 적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따뜻하고 편안한 가사와 어울려 감성 가득한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 한겨울 따뜻한 손난로 같은 타이틀곡, ‘오랜만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오랜만이다’는 헤어진 연인을 우연히 재회한 뒤 아직 잊지 못한 마음을 애절하면서도 절제된 담담함으로 노래한 곡이다. 기타와 피아노 스트링으로 구성된 이 곡은 헤르쯔 아날로그 특유의 클래시컬한 매력이 돋보인다. 조용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중저음의 보컬은 성악과 출신인 그의 이력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대목.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와 포근한 멜로디 속에 숨어있는 파워풀한 그의 내공을 눈치챈다면, 이미 헤르쯔 아날로그에게 매료된 당신의 모습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사운드 디자이너, 헤르쯔 아날로그
앨범에는 작곡가 헤르쯔 아날로그가 ‘사운드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임팩트 있는 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앨범 전체의 포문을 여는 ‘이야기’로 시작한 연주곡들은 보컬곡 사이사이에 배치되며 서정적이면서도 소박한 매력으로 앨범 전체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첼로와 퍼커션, 신스라는 묘한 조합으로 비트감을 살린 ‘아련한 기억’, 종이를 찢고 구기는 소리를 삽입해 극적인 분위기를 살린 ‘Sad Paper’, 악기처럼 표현했던 보컬을 앞으로 끌어낸 ‘Phantom Limbs’, 요즘 트렌드에 맞춰 리듬 패턴을 가볍게 보정한 ‘Liar’로 이어진 연주곡들은 앨범의 아웃트로격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로 마무리되며 정점을 찍는다. 이 중 자체적으로 발매한 ‘Sad Paper’, ‘Phantom Limbs’, ‘Liar’ 등 독특한 매력으로 귀를 사로잡았던 곡들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새롭게 수록돼, 팬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헤르쯔 아날로그의 이번 정규 앨범 소식이 알려지자, 그 동안의 작업을 통해 헤르쯔 아날로그의 음악을 사랑해 온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이 다투어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난 EP앨범의 타이틀곡인 ‘살고 있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파스텔뮤직의 신예 소수빈이 ‘꿈인 걸 알지만’에서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으며, 지난 EP ‘내겐 그녀만 있으면 돼요’의 답가 격인 ‘내겐 그대만 있으면 돼요’는 버클리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데뷔를 앞두고 있는 신인 최서경이 보컬을 맡았다. 주로 에피톤 프로젝트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던 Lucia(심규선)는 ‘녹차우유곽’에서 그 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귀여운 매력을 한껏 발산했으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데이브레이크의 기타리스트 정유종이 이 곡을 비롯한 ‘꿈인 걸 알지만’, ‘그 노래를’의 세션으로 참여해 더욱 완성도 있는 곡을 탄생시켰다.
일상의 것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게 담아내고자 한 수고는 ‘사랑’으로 가득 찬 다른 앨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타이틀곡 후보 중 하나였던 ‘김치찌개’, 그리고 ‘작정을 하고 가면을 쓰다’, ‘그 노래를’ 등을 통해 저 멀리 어딘가 있는 것만 같은 그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아기자기하게, 때로는 조근조근 일상을 어루만지는 음악들은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에 대한 환희의 기록이며, 소박한 고백과 같다.
늦가을, 다음 해를 기약하며 살포시 떨어지는 낙엽같이 그리고 하얗게 피어 오르는 입김같이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는 여러 증표에 2012년에는 헤르쯔 아날로그의 앨범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그의 앨범은 첫눈의 설렘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 생각나는 따뜻한 연인의 품과도 같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한 소년의 수줍은 메시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