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음악 거장, 아르만도 트로바이올리(Armando Trovaioli)의 아름답고 안타까운 애수의 금자탑! [Dramma Della Gelosia (질투의 드라마: 1970)]
* 영화 [Dramma della gelosia (Tutti i particolari in cronaca)]
이탈리아의 명장 에토레 스콜라(Ettore Scola) 감독의 1970년도 코미디 물 [Dramma Della Gelosia]는 국내개봉 여부와 비디오출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지라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일단 제목은 '질투의 드라마' 정도의 뜻이 되겠는데 미국에서는 [The Pizza Triangle]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주인공 중 한 명이 피자 요리사이기도 하고 피자의 모양이 삼각형이면서 동시에 삼각관계를 다뤘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이 아닐까 싶다.
이 시니컬한 코미디는 1970년에 열린 제23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가 결국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열광했던 평론가 폴린 카엘(Pauline Kael)은 본 작에서의 마스트로야니의 연기를 두고 가장 적게 알려진 그의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 무렵 칸 황금종려상은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의 [야전병원 매쉬(M.A.S.H.)]가 수상했는데 마스트로야니는 후에 로버트 알트만의 1994년 작 [패션쇼(Pret-a-Porter)]에 출연하게 된다.
* 사운드트랙
보통 이탈리아 영화음악들은 장르와 발매연도에 관계없이 꽤나 서정적인 멜로디와 소리들을 담아내곤 했고 따라서 사운드트랙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애호되었다. 본 작 [Dramma Della Gelosia] 역시 그러한 연유로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심지어 몇몇은 아르만도 트로바이올리의 최고 걸작으로 칭하곤 했다. 이런 앨범을 놓칠 리 만무한 일본에서는 2010년 여름 경에 LP 재발매가 이루어졌는데 앨범이 발매될 무렵에는 시부야의 바에서 사운드트랙 복각기념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참고로 바이닐 재발매 버전은 고품질의 일본 내수 프레싱으로 500장 한정으로 제작됐으며 마스터링 또한 훌륭한 편이라고 한다. 바이닐의 경우 용량상 CD보다는 수록 곡은 적지만 그래도 포스터를 첨부하고 있기는 했다. 이탈리아 RCA에서 발매된 오리지날 프레싱 바이닐의 경우 이베이에서 대략 300달러 정도까지 올라가곤 하는데 레코드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 놈의 돈 때문에 구입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본 사운드트랙의 재발매는 꽤나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메인 테마가 너무 감동적이다. 확실히 이탈리아 영화음악계를 대표하는 명인의 작업물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뼈대가 되는 이 메인 테마를 바탕으로 질주감 넘치는 보사 노바 풍의 편곡, 색소폰으로 이루어진 무드로 가득한 편곡 등이 연이어진다. 이 메인 테마는 본 CD에서 미공개 됐던 음원을 포함해 총 4 테이크의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는데 멜로디의 전개, 화음, 그리고 몇몇 허밍은 얼마 전 작고한 이탈리아의 또 다른 거장 리즈 오르톨라니(Riz Ortolani)의 [몬도 까네(Mondo Cane)]의 메인 테마 ‘More’와의 유사점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는 ‘Per Motivi Di Gelosia’로 혼란스럽게 시작한다. 이 곡의 경우 오레스테가 네로와 아델라이드와의 관계를 목격했을 때, 그리고 격렬한 마지막 장면에도 삽입되면서 어떤 비극적인 분위기를 완수해내는 역할을 한다. 우아하고 감동적인 멜로디를 좋은 스캣에 얹어낸 트로바이올리의 진면목이라 말할 수 있는 ‘Sei Mesi Di Felicita’’의 경우엔 아델라이드가 회전그네를 탈 때, 그리고 세 명의 주인공이 놀이공원에서 어울리는 중반부를 더욱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델라이드가 회전그네에 앉아 쓰러져있는 오레스테를 바라볼 때 처연한 색소폰으로 전개되는 오레스테의 테마 ‘Tema Di Oreste’는 이렇게 뭔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역할로써 이따금씩 영화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오레스테에게 다가간 아델라이드가 충동적으로 입을 맞추는 대목에서는 어떤 설레는 분위기를 갖춰낸 3번 트랙 ‘Adelaide’가 흐르며 이 테마의 변주는 ‘Adelaide E Nello’에서도 이어진다.
오레스테와 아델라이드가 빈 병들로 가득한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에서는 ‘Paglia Nei Capelli’가 흐른다. 이 곡의 경우 미드 템포의 비트로 전개되다가 곡 절반부터 보사 노바 스타일로 드라마틱하게 변주해내기도 한다. 네로가 일하는 피자 가게를 배경으로 기타와 올겐이 진하게 울리는 ‘Incontro Alla Balera [#4]’가 흐르며, 야외 파티장에서 세 주인공이 춤추는 장면에서는 이 트랙과 같은 제목인 ‘Incontro Alla Balera’가 울려 퍼지는데 훵키한 드럼과 열정적인 기타 애드립이 격렬한 파티장의 무드를 만들어낸다. 오레스테의 부인에게 노상에서 구타를 당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아델라이드의 얼굴에 벌이 날아드는 장면에서는 ‘Dramma Della Gelosia [#2]’를 확인할 수 있겠는데 신경질적인 인트로 이후 오레스테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에서부터는 환희에 찬 메인 테마가 그대로 이어져나간다.
사운드트랙에는 두 곡의 귀중한 보컬 트랙이 존재하고 이는 오리지날 앨범 발매 당시 7인치 형태로 따로 공개되어지기도 했다. 이 두 곡은 모두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와 모니카 비티의 듀엣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왈츠 풍의 트랙 ‘Se Tu Mi Lasceresti’의 경우 영화에는 삽입되지 않았으며, 신비로운 분위기의 ‘Vedo Un' Ombra Sul Tuo Volto’는 오레스테의 환상장면에서 둘이 침대에 앉아 함께 부르는 장면에 사용된다. 곡 앞의 대사까지 담아냈는데 이 두 곡 모두 본 음반에는 보컬이 없는 연주 곡 버전까지 수록해내고 있다. ‘Se Tu Mi Lasceresti’의 경우 유튜브를 찾아보면 모니카 비티 혼자 방송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노래하는 라이브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인 테마에 절도있는 드럼 연주를 본격적으로 두각 시킨 ‘Finale’는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 묘한 여운을 준다. 곡들은 오리지날 스코어답게 메인 테마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변주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전혀 새로운 감동을 불러일으켜내곤 한다. 텔레시네의 문제 때문인지 모르지만 영화에 삽입된 모든 곡들의 피치, 그리고 키가 전체적으로 음반에 삽입된 음원보다 낮은 편이다.
로맨틱하고 애절한 이 멜로디 들은 듣는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진다. 라운지 뮤직이 가져야 할 덕목인 궁극의 멜로디, 복받쳐 오르는 스캣, 그리고 그루브 감 넘치는 리듬 백킹의 삼박자를 고루 갖춰내고 있었다. 훌륭한 사운드트랙들이 늘 그래왔듯 이 역시 뭐 굳이 꼭 영화를 보고 음반을 감상해야 할 필요는 없다. 봄날의 하늘같은 쾌적한 선율에 몸을 맡기고 다양한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도 훌륭한 감상법이 될 것이다. 넓은 공간에서,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도 희미하게 이 우아한 스코어가 들려오면 꽤나 그럴듯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다.
시기적으로는 60년대와 70년대가 충돌할 무렵 완성됐고 음악에서도 그 당시의 향기를 충분히 감지해낼 수 있었다. 앨범에 수록된 이 악곡들을 복고로 분류할 것인지 아니면 세련된 소리로 여길 것인지는 온전히 당신의 취향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특징이 의외로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본 작을 들으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실로 생생한 템포, 그리고 푸근한 분위기는 40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도 결코 퇴색되는 법이 없었다.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 생라면이나 까먹고 있는 나같은 사람한테도 왠지 근사하고 멋진 시간을 나눠주는 사운드트랙이다. 일단은 듣기 쉽고 마지막까지 흔들림이 없다. 인상적인 걸작이다.
* 1970년 이태리 GDM/RCA 오리지널 마스터테잎 사용
* 미공개 보너스트랙 6곡 추가 수록
* 4페이지 디지팩 사양
* 포스터형 컬러 부클릿(해설: 한상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