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어느 시점부터는 다들 연애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상대는 실재한다. 그러나 실재는 무겁다. 언제부턴가 연인들은 연애라는 유령을 좇아다니느라 상대방을 잊어버렸다. 그리하여 사람을 지우지 못한 채로도 쉽게, 연애로 돌아오는 것이다. "내 이름은 연애"라는 타이틀은 연애라는 유령이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사용방식을 냉소하며 부르는 존재선언이다.
[(구) 방구석 뮤지션 박준하]
박준하는 스스로를 방구석 뮤지션이라 불렀다. 각종 공연과 세션, 편곡자 등의 형태로 익숙해진 뮤지션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음악으로는 활동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방 안에서 차근히 작업해온 곡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로 마음 먹었다. 박준하가 앨범을 내기로 한 결심에는 몇 가지 사소한 이유들이 따라붙겠지만,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된 것은 '처음'의 기억이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노래하고 싶은 마음에 기타를 잡았다. 그 이후 기타연주가 박준하 음악의 메인이 되었지만 마음 한 켠에 있는 노래에의 욕망 때문에 괴로웠다. 고민의 끝에서 지금까지의 음악인생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작곡과 노래에 힘을 싣기로 했다. 그리고 '연애'라는, 자기 구원을 위해 끌어낸 음악들이 담겨있는 앨범을 내기로 결정했다.
[내 이름은 연애입니다.]
박준하는 곡을 쓸 때의 순간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노래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감정을 넣어 노래를 쓰는 것 자체가 조그만 구원이라고 한다. 데뷔 앨범 [내 이름은 연애]는 오래전부터 방구석에서 자기 구원을 위해 써내려간 곡들로 만들어졌다. 러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연애의 존재 여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연애의 다양한 국면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척 하지만, 조금만 눈치가 있는 청자라면 앨범의 초점이 '이 시대의 사랑'에 대한 염세적인 시선에 있다는걸 알 수 있다.
"갈수록 사람들이 연애에 있어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해요. 쿨한 척하는 것을 멋으로 여기는 건 너무 이기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가사에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타이틀곡인 '우리는 서로의 착각이었네'에서 "아직도 안 지겨운지 누굴 위한 걱정인지", 4번 트랙인 '여자 생겨서'에서 "여자 생겨서 네가 싫어서 헤어지자는 말이 아냐" 등 앨범 저변에 흐르는 미묘하게 불편한 시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한다면 사운드 너머의 매력이 느껴질 것이다. [내 이름은 연애]는 박준하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음악적 동료 강그늘이 작사했다.
앨범 [내 이름은 연애]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곡들이 루프성을 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준하 작곡의 시작에는 루프성 곡들이 있다. '여자 생겨서'는 코드가 4개, 'Pink rain'은 크게 보면 코드가 2개뿐이며, '내 이름은 연애'는 아예 루프스테이션으로 만든 곡이다. 마치 건축물이 골조를 갖춘 뒤 층을 올려가듯 하나하나의 파트를 쌓아 올린 것이 포인트다. 여기에 어떻게든 향수적인 것을 담아내려는 복고에의 시도가 있다. 3번 트랙 '산본 러브송' 같은 경우는 마이크 하나만 놓고 기타와 베이스를 함께 녹음하기도 하고, 일부러 마이크에서 먼 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해 녹음하는 등 사운드 재해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