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내 마음속에 노란빛이 들어오면' 이후 2년 만에 찾아온 이루리 프로젝트의 2집.
그 사이에도 Between the cafes 컴필레이션에 참여하거나 디지털 싱글 '상관 없는 사람'을 내기도 했지만, 1집이 2012년 3월에 나왔으니 꼭 2년 만이다. (음원사이트에는 2012년 4월 19일로 되어 있으나, 디지털 발매일이 그렇고 실물 음반은 3월 출시)
일단 곡 라인업을 보면, 라이브에서 듣기 힘든 곡이 절반이었던 1집에 비해 여섯 곡 모두 이프 라이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곡이라 더욱 반갑다. 이 밴드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공감 가사로 단단히 무장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에게나 문득 찾아오는 이유 없이 우울한 날을 노래한 '그런 날이 있지'를 시작으로, 사랑에 빠진 여성의 복잡한 기분을 표현한 '별것도 아닌데', 남자친구와의 이별 후 1년이 지난 소회를 담은 '오빠', 잠못드는 열대야에 받고 싶은 서비스를 당신에게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노래를 불러 줄게요', 인연인줄 알았던 사람과의 이별을 그린 '지름길', 그리고 좋은 날 집에 터덜터덜 홀로 걸어오는 길의 감상 '집에 오는 길'로 2집은 흘러 간다.
2집 음반을 들으면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는 '절제'. 1집 음반도 라이브도 늘 담담한 목소리로 공감 100%의 가사를 전달하는 것이 이루리 프로젝트의 매력이지만, 2집의 보컬은 한층 더 감정을 절제한 느낌이다. 기교나 화려함으로 치장하지 않은 맑은 목소리이기에 가사가 더욱 와닿는 것이리라. 음악이든 미술이든 공연예술이든 표현하는 사람 스스로가 감정에 몰입하여 감상하는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감상자의 마음 속에서 감정이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사람은 남의 이야기보다는 자기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는 법이니까. 대부분의 노래를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데도 노래는 관조하듯 부름으로써 듣는 사람이 자기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공감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악기의 사용이나 코러스에 있어서는 그 어느때보다도 화려해진 것이 또 2집의 특징이다. 1집에 비해 스트링이라든가 신디, 코러스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을 뿐더러, 편곡 또한 다채롭고 화려하다. 라이브에서도 꽤 자주 달라진 편곡의 연주를 선보이는 이루리 프로젝트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보컬 음길이의 장단이라든가 호흡, 일부 멜로디까지 바뀌어 상당히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남성 보컬이 등장하는 '집에 오는 길'에서는 깜짝 놀랐다. (음반으로 2집 곡들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라이브 공연장에 가서 차이점을 느껴보실 것을 권한다.) 믹싱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노랫말도 현란한 악기 연주 소리도 어느 곳 하나 묻히거나 거슬리지 않게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서 편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여름 노래도 겨울 노래도 모두 있는 밴드이지만 1집의 노란 표지 때문인지 나른한듯 편안한 음악 때문인지 1집이 봄에 나와서 그런지 어딘가 봄을 연상시키는 이루리 프로젝트의 2집은 2014년 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직 쌀쌀하지만, 따뜻한 봄날이 되면 잔디밭 같은 데 누워서 이 음반을 감상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