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참 좋아 보이시네요. 펑크를 아시나요?”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개쩌는 밴드 스컴레이드.
라는 문장을 썼다가 1초만에 후회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대부분 스컴레이드를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 묻고싶다. 펑크를 아십니까? 어디까지 아십니까?
펑크를 김치에 비유해보자. 김치의 핵심은 매운맛이라고 해보자. 펑크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여튼 매운맛이라고 대충 해보자. 뭐 그런게 있다고 치는거다.
어느날 한 나라에서 김치가 탄생했다. 그리고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처음 김치를 접하고 그 매운맛에 놀랐다. 그 맛을 살짝 좋아하면서도, 너무 맵다면서 김치의 매운맛을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수십년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김치에 대한 개량이 이루어졌다. 수 많은 김치 파벌들이 각자의 입맛에 따라 온갖 종류의 김치들을 만들고 있었다. 매운맛을 아예 빼버린 김치. 매운맛이 아니라 배추의 질감이야 말로 김치의 진정한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에 따라 등장한 버터김치, 치즈김치, 김치샐러드, 파김치, 깍두기 등등 수많은 잡다한 김치들이 양산되었다. 어딘가 지하세계에서는 김치의 전통을 지킨다며 수백년전 오리지날 요리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무엇이 오리지날인지 그들 사이에서도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김치는 무조건 좆같이 매워야 한다며 매운맛을 엄청나게 쳐넣었다. 그들은 모여서 김치에 캡사이신을 툭툭 뿌렸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김치에 입을 대자마자 뱉어냈다. 스컴레이드는 바로 이런 전통에서 탄생한 김치의 매운맛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몹시 매운 김치밴드이다.
아무리 어머니 밥상의 조선김치에 길들여져 있다고 해도 이들의 고추가루 범벅 사운드를 듣는 순간 '이것도 음식인가?' 라는 소리가 나올수도 있다. 이들의 공연은 개지랄발광 그 자체이다. 간혹 어르신들이 록음악을 듣는 청년들에게 “너 임마! 또 그냥 막 다 때려부수는 음악듣지?” 라고 비난을 하면 “그런거 아니라구요!” 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스컴레이드를 듣는 경우에는 다르다. 스컴레이드는 그냥 막 다 때려부수는 펑크록이고 어르신들이 청년들을 비난할 때 상정하고 있는 바로 그 무시무시하고 시끄러운 음악이다.
여러분이 조선펑크까지 듣고 멈추었든, 섹스피스톨즈를 듣고 면도칼 목걸이를 하든, 바스켓 케이스를 왕년에 커버했든, 펑크록은 계속 진화해왔다. 무식한 장르들이 다 그렇듯 펑크록 역시 온갖 난잡한 스타일들의 족보 속에서 비슷비슷한 음악들이 자기복제를 거듭하며 쏟아져나왔다. 그 중에서 D-Beat라는 멋있는 이름을 가진 독창성 없고, 빠르고, 시끄럽고, 뭔가 매우 화가 나 있는 족보가 있고 Noisecore라는 이름의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지랄맞은 족보가 있다. 스컴레이드는 이 두 족보에서 탄생한 아이로, 부모님을 쏙 빼닮은 건장한 젊은 밴드이다.
그리고 이런 마이너한 음악들을 하는 밴드들이 다 그렇듯, 한국에서는 비슷한 스타일의 밴드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시끄러운 밴드들은 외국의 비슷한 밴드들과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K인디 누가 외국에 가서 공연을 했다고 떵떵거리며 해외진출이라고 자뻑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 지하세계의 시끄러운 놈들은 이미 노는 물이 외국이다. 스컴레이드는 아마 한국 펑크밴드들 중에서 가장 해외활동이 많은 밴드일거다. 일본, 인도네시아등에서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밴드가 된 것이다. 물론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른다.
어쩔 수 없이 스컴레이드 같이 시끄럽고 지랄맞은 밴드는 알 사람은 다 알지만 모를 사람은 평생 모를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같은 사람은 스컴레이드의 공연을 보고 “오! 개쩐다!” 라고 소리를 치겠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시민여러분은 아이고 시끄러워 라면서 귀를 막고 공연장을 나갈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모를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근데, 알 사람이 되는 것도 뭐, 그렇게 나쁘진 않다. 애널섹스를 하는 사람들은 일단 한번 후장을 ‘개통’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좀 쉬워진다고들 한다. 마찬가지로 이런 음악은 귀를 한 번 개통해주는 경험이 필요하다. 난 선량한 여러분이 스컴레이드를 듣고 뭔가 이 지하세계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첫 경험을 하기엔 조금 과한 음악이긴 하지만 일단 뚫어보면 전립선 자극에 버금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말고…
-권용만 (밤섬해적단, Christfuck, Fecundation의 드러머 겸 시인)-
스컴레이드의 첫 EP. 7인치 LP, Tape, CD 세 가지 포맷으로 스웨덴, 말레이시아, 한국에서 발매됐으며 전 세계로 디스트로 되고 있다.
7INCH released by D-TAKT & RÅPUNK (sweden)
TAPE released by BLOOD OF WAR records (malaysia)
CD released by SCUMRAID (kore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