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감정의 최초의 발로인 ‘사랑’을 전달하는 작가주의적 가사와 멜로디
-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분배되어 더 깊고 진해진 음악적 색채, 그리고 한 껏 풍성해진 음악적 볼륨감
- 음악을 도구로 삼아 그 안에 자신을 온전히 투영시킨 ‘거울’과 같은 앨범, 첫 번째 EP [Decalcomanie]
1년 전, 자기만의 방을 조심스레 소개하던 한 소녀는 사계절을 지나오면서 지극히 자신만의 화법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그 화법은 청순하지만 우아하고 또 겉멋 없이 솔직해서, 마치 고혹하고 성숙미 넘치는 ‘백합’을 떠오르게 한다.
2011년 9월, ‘에피톤 프로젝트’ 프로듀싱의 1집 [자기만의 방]을 발매한 Lucia(심규선)는 발매 이후 꾸준한 관심을 받으면서 TV와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음악으로 소통해왔다.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조력자와 함께 1집을 발매한 후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 1년여의 시간 동안 그녀는 어떠한 도움 없이, 내재되어있는 자신의 본 모습으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작가주의적 화법과 세련된 음율, 그 안에서 피어나는 중성적인 매력이 여과 없이 담긴 10개의 트랙"
이번 앨범은 지난 1집과 다르게 Lucia 본인이 전곡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온전히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이 앨범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음악적 반영으로 조금 더 ‘Lucia’만의 색이 투영됐다. 여성 아티스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웅장하고도 세련된 멜로디가 흐르는 10개의 트랙에는 민들레 꽃씨가 퍼져나가는 듯한
Lucia 특유의 섬세한 화법이 담겨있다. 언뜻 보면 단순한 이별 노래, 혹은 사랑 타령처럼 느껴지지만 그녀는 풍부한 음악적 어휘와 음율로 그 일상적인 소재를 아름답게 노래한다. 또한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분배되어 더 깊고 진해진 음악적 색채는 이번 앨범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절제되어 있는 듯, 하지만 트랙이 지나면서 흘러나오는 어떤 숭고함에 이윽고 탄성이 터져 나오게 하는 음악의 구성은 서로가 알맞게 조화되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새롭게 깨닫게 된 것으로부터 오는 '환희'를 앨범 전체의 베이스로 둔 그녀는 가사 하나하나와 음율을 통해 그것을 오롯이 드러냈다. "그대가 떠난 뒤에야, 자존심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았어." 라고 읊조리는 여운의 노랫말과 우아한 멜로디는, 헤어짐 후에 밀려오는 '슬픔'뿐만 아니라 자존심의 덧없음을 깨달은 후 찾아오는 '환희'를 표현한다. '사랑'이라는 전제 위에서 드러나는 기쁨 안의 쓸쓸함 혹은 슬픔 속 희망처럼 어느 것도 딱 잘라 이야기 할 수 없는, 미묘하게 공존하는 감정의 양면성을 함께 나누고자 한 그녀의 의도가 돋보인다.
데칼코마니 ([프랑스어]Décalcomanie)
[명사] 화면을 좌우 대칭으로 밀착시킴으로써 나타나는 색다른 채색상태를 통해 다양하고 환상적인 효과를 드러내는 기법
Lucia는 세상과 자신의 연결고리로 ‘음악’이라는 도구를 선택했다. 그녀 본인과 음악이 서로를 받아들인 결과, 이토록 아름다운 ‘데칼코마니’가 완성되었다. 유년시절에 한 번쯤 경험 해 보았을 ‘데칼코마니’는 종이를 반으로 접어서 한쪽 면에만 마음 가는 대로 물감을 뿌린 후 두 개의 면을 맞대었다가 펼쳐 한 장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미술 기법이다. 화면을 좌우 대칭으로 밀착시켜 다양하고 환상적인 효과를 드러내는 이 기법처럼, 결코 단순하지 않은 조합으로 태어난 이번 앨범은 그녀 자신이 10개의 색과 함께 백지 위에 고스란히 녹았다. Lucia(심규선)가 만든 데칼코마니는 과연 어떤 무늬일지, 1년간의 작업 끝에 공개된 선연하고 다채로운 그녀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