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 피아니스트의 출사표! Don’t Bother Me Anymore
피아니스트 전용준은 서울예술대학 작곡전공 재학시절, 작곡보다는 연주가 자신의 적성에 더 맞음을 깨닫고 끊임없는 연단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던 중 2010년, 그는 학교 기말작품 발표 공연에서 선배뮤지션인 기타리스트 박주원에게 발탁되어 '박주원 밴드' 활동을 시작으로 서서히 음악팬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후 재즈와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유연성을 기반으로, 몇 년간 NY물고기, 이부영, 허소영, 장효석, 고찬용, 김현철 등 내로라하는 선배 뮤지션들의 사이드맨과 대중가수들의 라이브 및 레코딩 세션으로 활동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스케쥴을 소화해내는 가운데 문득 그에게 일종의 '허무함' 이 찾아왔고, 동시에 끊임없는 선배뮤지션들의 '네 음악을 해야 한다' 하는 독려가 그를 창작에 눈뜨게 만들었다. 2013년, 신인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 'CJ Tune up'에서 연주음악으로서는 드물게 결선까지 진출했던 일은 그에게 값진 경험이 되었고, 앨범 전체를 직접 프로듀스하고 작곡한다는 당찬 결심으로 본 작 'Don't bother me anymore'를 내기에 이르른다.
평소 '장르를 떠나서, 음악 자체가 가장 가장 중요하다' 라고 말하는 그의 1집 앨범은, 연주 면에서 재즈에 대한 정통적인 어법으로 가득 차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왔던 팝, 락, 가스펠 등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다. 짧은 솔로피아노 인트로 트랙을 지나, 2번트랙 'Tower of Babel', 3번트랙 'Don't bother me anymore' 는 각각 미디움, 업템포의 당찬 스윙 기반 곡으로, 메인스트림 재즈에 대한 그의 동경을 여실히 나타낸다. 4번트랙 'When you fall in love'는 재즈 스탠다드 'When I fall in love'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보사노바곡으로, 반복되는 베이스 리프와 유려한 멜로디가 돋보이며, 바다색을 연상하며 썼다는 스트레이트 재즈곡'Ocean Blue'를 지나 6번트랙 'Sunset'에서는 제목에서 연상되듯 고즈넉한 발라드를 연출해낸다. 7번 'Deserted house'는 연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로 음산한 볼레로스타일의 곡이며, 8번 'BF, Where are you'는 제목처럼 그의 유난히 짧은 새끼손가락 (Baby Finger)에게 어디갔느냐고 부르짓는듯한, 앨범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라이브 느낌이 살아있는 곡이다. 앨범의 여정은 9번트랙 'A dreamer'에서 정리되는데, 이상을 가지고 사는 모든 이들에게 바쳐지는 곡으로, 가장 대중적인 트랙임과 동시에 유일한 보이스 피쳐링이 들어간 곡이며 함께한 연주자들의 합창은 아련하기까지 하다. 마지막 트랙은 즉흥적인 12마디 슬로우 블루스 트랙으로, 블루스에 대한 그의 사랑을 바탕으로 단 두 테이크만에 녹음을 마쳐버린 솔로피아노 아웃트로 트랙이다.
녹음에 참여한 연주자들 역시 주목해 볼만 하다. 드러머 김영진은 재즈힙합그룹 '쿠마파크' 를 비롯한 많은 팀들에서 장르를 아우르는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연주자이며, 베이시스트 김대호는 현재 재즈신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타고난 음감과 넘치는 그루브감이 절정에 달하는 소울풀한 연주자이다. 섹소포니스트 송하철은 고1의 나이로 08년도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 음악과에 최연소 입학한 촉망받는 연주자이며, 기성연주자들의 역량에 전혀 뒤지지 않는 연주력과 아름다운 감성을 바탕으로 본 앨범을 감상하는데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다.
연주자들뿐만 아니라 녹음이 이루어졌던 오디오가이 레코딩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들마저 녹음과정을 너무 즐겁게 회상할 만큼, 앨범작업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는 그의 음악에는 그러한 기분좋은 바이브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무엇보다 재즈앨범 녹음임에도 불구하고 더빙이 거듭되는 세태에서, 이들은 라이브감을 살린다며 수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앨범 10트랙 녹음을 3프로 반만에 끝내버리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구매자들이 앨범 감상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시디 속지로 전곡의 Lead sheet(코드악보)를 삽입한 점에서는 청자에 대한 배려마저 느껴진다. 27세 약관을 갓 지난 나이에 세상에 앨범을 발표한 이 젊은 피아니스트가 사이드맨의 한계에서 벗어나 어떠한 활동상을 펼쳐줄지 기대해 볼만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