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연가(洛東緣歌)
낙동연가(洛東緣歌)는 1983 MBC대학가요제 대상 그룹인 ‘에밀레’의 멤버이자 그룹 ‘우리동네 사람들’의 보컬리스트인 심재경이 작사, 작곡, 노래, 프로듀싱을 한 첫 번째 콜렉션 음반이다. 낙동연가 앨범은 심재경의 어린 시절 고향 안동과 낙동강변에서의 소소하며 세밀한 기억들을 솔직담백한 가사로 담았고 그 가사의 담백함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곡으로 풀어냈다. 해피바이러스오케스트라 팀의 절제된 편곡과 이성렬, 노경환, 권병호, 박기영, 박상욱, 정구련, 김혜연 등 국내 최고의 세션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완성된 이 앨범은 앞서 소개된 ‘참 좋으이더’를 통해 이미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낙동연가 앨범은 7곡의 새로운 노래와 3곡의 MR을 포함하여 전체 10곡을 담고 있는데 경북 북부 지역 말을 그대로 가사로 옮긴 2곡(참 좋으이더, 아지매쏭)과 이 지역 사람들이 기차 여행을 하며 먹었던 ‘제천역 가락국수’, 안동 사람들 모두가 기억하는 거지 무조이에 대한 이야기 ‘무조이 부루스’, 이름만큼 청량한 청량산의 별 이야기를 노래한 ‘청량산 밤하늘’, 겨울철 최대, 최고의 놀이터 암산스케이트장에서의 추억을 노래한 ‘암산연가’, 그리고 낙동강에서 멱 감고 모래사장에서 뛰놀던 기억을 담은 ‘그 여름 낙동강’ 으로 꾸며져 있다. 타이틀곡인 ‘참 좋으이더’는 다소 생소한 안동지역말로 가사가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 말 특유의 음율을 절묘하게 멜로디에 담아 편안한 목소리로 마치 옆에서 얘기하듯이 노래를 한다. ‘우리동네 사람들’에서 같이 활동했던 김혜연, 박상욱의 코러스와 함께 담백하게 담아낸 ‘참 좋으이더’는 과도한 열창과 과장된 표현에 지친 귀에 햇살 좋은 날 아침 커튼을 젖혔을 때의 상쾌한 느낌처럼 다가갈 것이다. 사투리 노래라면 투박하고 구수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매우 세련된 반주와 정갈한 보이스로 안동 지역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색다른 느낌의 시골 노래로 기억에 오래 남을 곡이다.
‘아지매쏭’은 서울에서 내려오는 자식을 챙겨주기 위해 정신없이 장을 보는 우리 어머니가시장을 오가며 이웃들과 나누는 대화를 그대로 가사로 옮긴 노래다. 타 지역 사람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시골 장날에 가면 늘상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그대로 담아 거기에 음악이란 옷을 입혔다. 멀티 세션 아티스트 권병호의 아코디언과 박기영의 멜로디언으로 토속적이면서도 세련된 음악을 완성하였다. ‘제천역 가락국수’는 과거 중앙선, 태백선 열차를 타던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기관차 교체를 위해 7,8분을 쉬는 관계로 수많은 사람들이 제천역에 내려 가락국수를 먹었다. 인파에 밀려 늦게 국수를 받는 날이면 기차가 떠나지나 않을까 하는 엄청난 초조함 속에 가슴을 졸이면서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야 했다. 달리는 기차의 느낌을 표현한 권병호의 블루스 하모니카는 이 곡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무조이 부루스’의 무조이는 안동 일대를 누비던 거지의 이름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했던 행동을 기억한다. 그 시절의 많은 훌륭한 인물을 놔두고 왜 하필 거지를 기억하는 걸까? 약간은 모자란 행동을 했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려 호각을 불면서 열심히 교통정리를 하던 무조이 (물론 아무도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지만), 그가 그립다.
‘청량산 밤하늘’엔 아직 별이 지천으로 보인다. 도시에는 별이 빛나는 밤이 사라졌지만 청량산엔 아직 무수한 별이 그대로 있다. 별을 보며 사랑을 얘기하고 꿈을 꾸는 밤이 아직 청량산엔 그대로 있다. 우리가 변한 것이지 별과 그 밤하늘이 변한 건 절대 아니다. 이름만큼 맑은 청량산의 밤하늘, 노래를 들으며 별을 만나 소망을 기원해 본다. '우리동네사람들' 출신의 보컬리스트 김혜연과 심재경 듀엣이 청량한 목소리로 청량산을 노래한다. ‘암산연가’는 겨울철 최고의 놀이터 암산 스케이트장에서의 추억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신나게 얼음을 지치다 배가 고파 딸랑 남은 차비로 오뎅을 먹은 기억은 비단 암산 스케이트장을 안 가본 사람들이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한 이야기가 아닐까? 동행하는 친구가 있어서 추운 겨울 석양에 20여리 길도 마냥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그 겨울, 그 때가 참 좋았다. 동물원의 박기영의 멜로디언 연주가 아련한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한다. ‘그 여름 낙동강’은 개발 이전의 너른 백사장과 푸른 강물이 넘실대는 자연 그대로의 그 시절 낙동강, 그리고 그 속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한다. 안동을 대표하는 여러 가지 아이콘이 있지만 낙동강이야 말로 항상 거기 있어서 고마움을 잘 모르는 공기와 같은 가장 오래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는 안동 최고의 풍경이다. 때로는 어머니의 품 같고 때로는 그리운 친구 같은 낙동강. 보헤미안싱어스의 리더로 활동 중인 안동 출신 바리톤 남윤석과 테너 민현기의 목소리와 함께 어린 시절 낙동강변 백사장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