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sound of 2013 노미네이트!
영국 XL 레이블의 차기 대표 아티스트 King Krule 의 역사적 데뷔작 King Krule / 6 feet beneath the moon
진정한 날것의 음악을 듣고 싶은 자들에게 던지는 영국소년의 외침!
“올 한 해 가장 신선한 데뷔앨범을 만날 것이다!” - All Music Guide -
해설
[XL] 레이블 소속의 싱어 송라이터, 런던의 브릿 스쿨(BRIT School) 졸업생, 나이가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깊고 짙은 목소리, 19세의 데뷔 앨범, 이듬해의 최고 신인을 선정하는 BBC 방송국의 ‘Sound Of’ 노미네이션 등의 단서를 듣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델(Adele)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그녀를 뛰어넘는 잠재력으로 대중들에게 나타난 아티스트가 있으니 그가 바로 킹 크룰(King Krule)이다.
1994년생이니 올해로 19살이 된 아치 마샬(Archy Marshall)은 아델,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케이티 멜루아(Katie Melua), 제시 제이(Jessie J), 리오나 루이스(Leona Lewis) 등 영국의 대중음악 판도를 바꾸어놓은 아티스트들을 대거 배출해낸 브릿 스쿨에 다닐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 받은 아티스트이다. 주 키드(Zoo Kid)를 비롯해 DJ JD 스포츠(DJ JD Sports), 에드가 더 비트메이커(Edgar The Beatmaker)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며 스테이지 네임에 따라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던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1958년 영화 제목 [King Creole]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름 킹 크룰로 데뷔 앨범 [6 Feet Beneath The Moon]을 발표하며 영국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영국에서는 그의 19번째 생일이기도 한 2013년 8월 24일에 발매된 [6 Feet Beneath The Moon]은 재즈 코드를 바탕으로 하여 단번에 귀를 빼앗아버리는 킹 크룰의 목소리를 강조해 만들어진 앨범이다. 기본적으로 날카로운 일렉트릭 기타와 매혹적인 드럼 루프를 사용한 앨범의 수록곡들은 거칠고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사운드를 생생하게 살려나며 그 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젊음의 고독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렇게 풍성한 사운드를 앨범 안에 가득 채워 넣은 것은 프로듀서 로다이드 맥도널드(Rodaidh McDonald)의 재능에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XL]의 인-하우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앞서 언급한 아델을 비롯한 호러스(The Horrors),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디 엑스엑스(The xx) 등의 앨범에 참여했던 그는 근래 프로듀스한 새비지스(Savages)의 앨범 [Silence Yourself]로 머큐리 시상식(Mercury Music Prize)에 후보로 지명되는 등 물오른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참여로 한결 풍성해진 사운드를 들려주는 [6 Feet Beneath The Moon] 앨범은 심해와 같은 푸른빛을 연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앨범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blue’가 언급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깊이를 알 수 없도록 짙은 푸른빛은 그의 거친 보컬을 통해, 그리고 미니멀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편곡을 통해 음악을 듣는 내내 뚜렷한 잔상을 남길 것이다.
심플한 기타 리프로 만들어진 인트로부터 거칠지만 깊은 보컬까지 킹 크룰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Easy Easy’는 그가 겨우 12살에 만든 곡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더한다. 확실히 단순한 시선이 엿보이는 가사가 유일하게 풋풋함을 드러내는 이 곡은 뭔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신비로움을 극대화시킨 프로덕션이 돋보인다. 사실 언뜻 데모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이 곡은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라 더 매력적이라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Borderline’은 킹 크룰의 리듬감을 잘 보여주는 트랙으로 손꼽을 만하다. 템포를 바꾸면서도 유연하게 리듬을 타는 그의 능력과 뉴-소울 계열의 아련한 코러스는 밝고 경쾌한 기타 사운드를 통해 구현되며 중독성 만점의 매력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심벌즈의 쨍한 기운으로 시작하는 ‘Has This Hit?’는 재즈보다는 힙 합의 기운을 더 품고 있는 트랙이다. 예측이 불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곡의 흐름은 라임이 꼭꼭 들어맞는 힙 합 스타일의 가사와 포크 스타일의 미니멀한 편곡이 어우러지며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가사에 담겨있는 10대만이 느끼는 청춘의 무게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무지함은 ‘Has This Hit?’를 노래하는 킹 크룰을 마치 그 세대의 대변인처럼 느끼게 만들 것이다. ‘Foreign 2’ 역시 그의 리듬감이 극대화된 트랙으로 기타 대신 신디사이저 코드를 이용하여 이전에 소개되었던 트랙과는 사뭇 다른 질감으로 킹 크룰의 아티스틱한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덥스텝을 차용한 ‘Ceiling’은 드럼 트랙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6 Feet Beneath The Moon] 앨범 내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곡인 ‘Baby Blue’는 매끄러운 인디고 기타 코드로 빚어낸 멜로디가 여유로움을 더하는 발라드이다. 그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는 ‘인정 받고 싶은 조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그윽한 재즈의 향취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이 곡은 킥드럼의 비트와 부드러운 보컬이 더해지며 쳇 베이커(Chet Baker)를 연상시키는 로맨티시즘을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Cementality’는 재즈와 힙 합의 배합이 기가 막힌 곡으로 비트가 거의 없다시피 한 가운데 가볍고 느슨한 보컬을 선보이는 킹 크룰의 신선한 프로덕션이 대단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의 음악이 전체적으로 여백을 매우 강조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듦새를 갖추고 있음을 생각할 때 ‘Cementality’와 같은 트랙들은 향후 그의 음악이 진화해나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가능하다.
한편 호른 섹션이 주도하는 재즈 인트로가 날이 선 그루브를 선사하는 ‘A Lizard State’는 생생한 감정이 담겨 있는 다소 센 느낌의 가사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노래하는 킹 크룰의 보컬이 지닌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이 곡은 그가 주 키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공개했던 버전에 [6 Feet Beneath The Moon]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에 어울리는 편곡을 살짝 더해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트립합의 피를 수혈 받은 ‘Will I Come’은 보컬과 연주의 균형이 훌륭한 트랙이고 2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 타임이 아쉬울 정도로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고, 미니멀한 비트와 재즈 기타의 조화가 풍성하고 따뜻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Ocean Bed’는 앨범의 중반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해낸다.
랩에 가까운 보컬을 들려주는 ‘Neptune Estate’는 심플한 진행을 보여주는 퍼커션에 피아노와 브라스라는 생경한 조합을 통해 생각지도 못했던 그루브를 펼쳐 보이는 곡으로 킹 크룰이 가지고 있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얼마나 다양한 색깔과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 새삼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공간을 비워내고 꽉꽉 채워내지 않더라도 풍성한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을 그가 그토록 어린 나이에 어떻게 얻었는지 ‘Neptune Estate’에서 들리는 ‘침묵의 소리’는 아티스트로서의 킹 크룰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 것인지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The Krockadile’은 리듬에 대한 그의 감각이 잘 살아있는 곡으로 불안정한 퍼커션과 재지한 향취를 뿜어내는 베이스, 음산한 기운을 주는 기타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앨범의 첫 싱글 격인 ‘Out Getting Ribs’는 단연 [6 Feet Beneath The Moon]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킹 크룰 음악의 에센스를 모아 놓은 곡이다. 섬세하게 흐르는 기타 사운드에 부드럽게 안겨있는 그의 묵직한 바리톤 보컬은 금세 피가 뚝뚝 흘러내릴 것만 같은 날 것 느낌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노래해내고 있다. 그가 16세에 발표했던 이 곡은 차분하지만 그 안에 일렁이는 강한 격정은 충분히 전달되도록 빼어난 균형과 컨트롤을 보여주고 있어 듣는 순간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 마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6 Feet Beneath The Moon]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바로 ‘Bathed In Grey’. 빌 에반스(Bill Evans)의 ‘What Is There To Say’를 샘플로 사용하여 소울풀한 피아노 연주가 곡 전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 곡은 섬세한 재즈 루프가 킹 크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의 보컬이 특히 깊은 임팩트를 남기고 있는 ‘Bathed In Grey’는 앨범의 후반부에 짙고 그윽한 여운을 남기며 완벽한 마무리를 해낸다.
2013년에 공개된 데뷔 앨범들 중에서 톱 클래스로 분류할 만한 [6 Feet Beneath The Moon]은 아직 농익지 않은 10대의 시선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훌륭한 보컬과 연주로 만들어져 듣는 이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무장해체 시켜버리고 만다.
킹 크룰의 짙은 보컬은 풍성한 소울으로 그가 10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고, 힙 합과 재즈, 록 등을 최상의 비율로 조합하여 만들어낸 멜로디는 마냥 친절하지는 않지만 마음의 가장 어두운 곳까지 건드리는 깊이로 다가올 것이다. 종종 비교대상이 되는 또 다른 10대 파워 제이크 버그(Jake Bugg)와 더불어 킹 크룰이 영국 대중 음악을 이끌어나갈 미래라는 사실은 당분간 부정하기 힘들 듯 하다.
글: 장민경(프리랜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