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공감대, 비전이 뚜렷한 두 뮤지션의 조합
기존의 음악들에서 느낄 수 없는 이채로운 비경’
써니 킴 & 벤 몬더의 듀오 라이브 앨범 The Shining Sea
지난 수년간 주목할 만한 재즈공연을 기획한 플러스히치와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음반들을 제작했던 오디오가이가 뭉쳤다. 2013년 9월 올림푸스홀에서 가졌던 써니 킴 & 벤 몬더의 듀오 공연 실황이 1년간의 후반작업을 거쳐 섬세하고 탁월한 음질로 재탄생한 음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Everywhere’ ‘Late green’ ‘Let’s Fall in Love’ 등 오리지널, 스탠다드, 가요, 동요 등이 수록된 기존의 음악들에서 들을 수 없는 이채로운 비경을 담은 2014년을 대표하는 최고의 재즈 음반.
재즈 기타의 거장 벤 몬더와 해외에서 인정받는 재즈 보컬리스트 써니 킴의 만남!
프로젝트의 시작
이 이색적이고 독특한 라이브 실황음반은 지난 해 9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에 위치한 올림푸스 홀에서 가졌던 공연 음원을 담아낸 것이다. 이 라이브의 주인공들인 기타리스트 벤 몬더와 보컬리스트 써니 킴은 이미 10여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 음악적 교류를 이어온 이들이며, 각자의 음악적 성향에 뚜렷한 접점이 존재하기에 결코 단발의 퍼포먼스에서 얻어질 수 없는 종류의 숙성되고 일관된 교감이 있다. 이들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써니 킴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자신이 속해있던 밴드를 통해 벤 몬더의 작품을 가져와 새롭게 작업한 곡을 벤 몬더에게 직접 건네주게 되고, 그 작품에 대해 벤 몬더가 상당히 호감을 가지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이 그 출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써니 킴은 당시 ‘프라나’라는 트리오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때가 2004년이라고 하니, 이 두 사람간의 인연은 이미 적잖은 시간을 거쳐왔으며, 단지 앨범을 만들기 위해 단발로 성사되는 관계는 절대로 아닌 셈이다. 이후 이들은 각자의 활동을 해오면서 앨범을 만들어왔는데, 써니 킴은 자신의 최근작 'Painter's Eye'에 그를 초대해 공식적인 레코딩 작업을 이미 한차례 시도한 바 있으며, 거기에 이 라이브를 위해 2012년 8월 뉴욕에서 리허설을 겸한 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앨범 수록곡 소개
이 라이브 앨범에는 이틀간의 공연에서 선별된 8곡이 수록되어 있다. 3곡의 스탠더드 넘버와 1곡의 가요(이병우가 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Love, On It's Loneliness’ 라는 영문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 네 곡은 이 두 사람의 오리지널 작품들이다. 써니 킴의 곡이 세곡, 그리고 벤 몬더의 곡이 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Late Green’ 같은 곡은 그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합을 보여준 곡으로 꼽고 싶다. 이 라이브에 수록된 벤 몬더의 유일한 오리지널인 이 곡은 그가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서 종종 들려주던 환상적인 보이스와 독특한 기타 컴핑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으며-이걸 기존의 컴핑처럼 이야기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서니 킴은 이런 벤 몬더의 음악적 비전에 아주 잘 부합하는 노래로 실로 이채롭고도 기이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의 구현이 아주 탁월하게 이루어진 곡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써니 킴이 작곡한 곡인 ‘Worm’ 같은 곡도 같이 언급하고 싶은데, 이 곡은 그녀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 중 하나인 소프라노 색소포니스트 故스티브 레이시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현재 가요의 주요 장르중 하나인 트로트에서 사용되는 스케일, 라-시-도-미-파 5음계를 사용하였으며, 화성적인 배경을 다소 간소화하고 선율의 진행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려내고 있는데, 그럼에도 전혀 트로트같지 않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Everywhere’는 원곡 자체의 멜로디가 수려해 특별히 다른 시도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귀에 와닿는 트랙이다. 한편 기존의 스탠더드와 발표되었던 옛 곡들에 대한 이들의 재해석도 흥미롭다. 곡에 따라 새로운 편곡에 대한 접근이 다소 낯설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성공으로 이야기할만한 트랙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겠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The Shining Sea’ 같은 곡은 토니 베넷이나 앤디 윌리암스같은 스탠더드 가수들이 즐겨부르던 아름다운 멜로디 테마가 담긴 곡인데 이를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벤 몬더의 독특한 기타 컴핑으로 신선함을 부여해주고 있다. 그리고 앨범만을 듣는 감상자들은 이 마지막 곡을 다 듣고나서야 이 음악이 실황임을 비로소 알수 있을것이다. 마지막 곡을 제외하고는 믹스다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관객의 박수소리를 제외함으로서 마치 스튜디오 레코딩인것 같은 착각을 전해주는 것도 이 라이브 실황 앨범이 가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앨범의 의미
아름답고도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이 가득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시종일관 그려내는 벤 몬더의 기타는 서니 킴의 음악세계를 더 확장시켜내고 영감을 더해주는데 커다란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협연해왔던 테오 블랙맨같은 보컬리스트들과의 작업에서와 비견될만한 성과가 수록된 이 라이브는 분명히 우리가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담겨 있다. 세션을 위해 그의 음악을 빌리고자 의도한 것이 결코 아니며, 이 두 사람의 교감은 그 자체로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그 무언가가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낯설고도 기이한 사운드는 현 국내 재즈신이 점진적으로 그 영역과 성과를 다채롭게 확장시켜나가고 있음을 확인케 해주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