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성인 사이, 치기 어린 삶과 시간에 대한 생각
라이프 앤 타임(Life and Time)의 첫 번째 미니 앨범
‘the great deep’
화려한 백그라운드의 만남
2013년 12월 어느 날, 홍대 인근 한 클럽에서 첫 라이브 무대가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음악 관계자와 뮤지션이 모여들었다. ‘K-POP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MTV IGGY가 ‘2011년 최고의 데뷔 앨범’에 선정한 칵스(THE KOXX)의 베이시스트 선빈,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에 선정되며 국내 포스트록 계열에 단비가 되어준 로로스(Loro‘s)의 기타리스트 진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유년시절을 보내며 음악적 재능을 키워온 재즈드러머 상욱의 만남이니,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는 새롭고 강렬한 사운드가 흘러나왔고 이들의 소리는 모두의 귀를 끌어당겼다.
삶과 시간, ‘Life and Time'
밴드 칵스의 활동이 시들해질 무렵, 선빈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진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빈도가 잦아졌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대한 고로한 발견들이 반복되던 중, 우연히 접한 영국 BBC 다큐멘터리, ‘Life'와 ’Time'은 이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촉발하게 된다. 삶과 시간이라는 대명제를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해진 그들은 자연스레 고등학교 동창생 드러머 상욱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며, 가장 기본적인 록밴드 구성인 기타, 베이스, 드럼의 3점 포맷을 완성시켰다. 밴드명 'Life and Time'은 메시지의 시작점을 명확히 하고 싶은 그들의 표독스러운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동갑내기들의 삶과 시간에 대한 기록 ‘the great deep'
표현에 있어 이들의 심리적 호흡은 소년과 성인 사이 어느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추측건대, 소년에 더욱 가깝다고 느껴진다. 성숙 이후, 육체적 퇴화에서 발로된 관념들이 덜 여문 소년의 감성을 갈망하듯, Life and Time은 삶과 시간에 대해 꾸밈없이 토해내고 있다. 모럴(moral)한 어른들의 메시지가 아닌 항존(恒存)적 주의에 가깝다. 각자 유실한 삶과 시간의 조각들을 허물없이 공유하고 있는 친구사이기에 가능한 은유들이다. 송라이팅에 있어서도 이런 소년적 치기가 중첩된다. 잼을 통해 주요 리프를 만들어 여기에 살을 붙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흥얼거리던 멜로디는 합주를 통해 편곡이 완성하기도 했다. 당연히 기술적 논의를 거치며 수정되는 정형화된 작법도 자유롭게 혼용되었다. 싸이키델릭하지만 뚜렷한 그루브, 정적이지만 심미적 울림을 지닌 멜로디는 맑고 또렷이 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타이틀 곡: 호랑이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6년, 최고의 무대를 준비하는 스포츠인들의 피나는 노력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함을 빌어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어 만들어진 곡이다. 1986년은 Life and Time 멤버들이 태어난 병인년(丙寅年)으로 그 해 십이지간인 호랑이에서 제목을 빌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