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거 뭐지? 이상한데, 이상하게 음악이 조.. 좋잖아?
리더 노키드(보컬/기타)는 밴드 꽃과벌을 이렇게 시작했다. 부천의 한 작업실에서 라스(기타)에게, 그가 그림을 그리던 잡지사에서 만난 서노(키보드)에게, 혼자 기타를 치던 구름(베이스)에게는 베이스를 던져주며, 그리고 친구의 지인일 뿐 잘 알지도 못하던 혜정(드럼)에게 갑작스레 말을 걸었다. “우리 같이 밴드 할래요?”
함께 하면 할수록 노키드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만날 때마다 신곡을 들려줬고, 첫 녹음을 하러 갔을 때조차 완전히 새로운 곡을 던지며 노래하고 연주하게 했다.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두 가지다. “감사합니다”. 저와 밴드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이다. 또 하나는 “죄송합니다”.
이 말은 왜 하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갑자기 대화의 맥락과는 상관없이 사과를 해댄다. 그리고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자기가 하던 일을 한다.
예를 들자면, 아이폰을 꺼내며 “새로 곡을 만들어봤는데, 들어보실래요?”
그렇다. 우리는 이상한 사람과 밴드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상한데, 이상하게 음악이 좋잖아?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EP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음악을 세상에도 들려주기로 했다. 그런데 꽃과벌의 음악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우리는 노키드 본인에게 직접 음악을 소개해달라 요청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가 보내온 전문이다. 해석은 알아서들 하시길. (우리도 몰라.)
[스스로가 평가하는 스스로의 음악] _보컬/기타 노키드
01. 꽃과벌
사실 명언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느낌으로 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강약약, 강강약약, 강중약” 이란 느낌으로 지은 밴드 이름이 꽃과벌(사실은 친구가 지은 밴드 이름을 훔쳐왔다)이라 그런 정신 없는 느낌을 잘 표현한 곡이라 망했다.
02. 어둔밤에 불빛속에
여러분, 드러머가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밴드 하는 분이라면 모두 알 겁니다. 2014년 5월에 새로운 드러머를 영입! 꽤나 깐깐한 누나라서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누나가 좋아할 만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 (이 알량한 마음!)
그 결과가 ‘어둔밤에 불빛속에’. 누나의 비위도 맞췄고 밴드 멤버들과 친구들도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보컬이 엉망이라 망했다.
03. We Were Lovers
트로트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퍼스트 기타 라스의 수호 아래 꽤나 간드러지고 구성진 노래가 나왔다, 라고 생각했지만 보컬이 엉망이라 구성진 그 느낌을 낼 수 없어 망했다.
04. 마다
앞에 세 곡이 정신없이 시끄러워서, 시류에 영입하는 소프트한 곡을 하나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은 위기감이 들어 작곡! 보컬을 본인이 안 하고, 키보드를 담당하는 서노 누나가 해서 망하지 않았다.
05. 동네북
곡을 정말 심플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심플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망했다.
06. 목적지
모두가 인정하는 꽃과벌 최고의 넘버. 하지만 본인이 보컬을 못해서 망했다.
07. 히든 트랙
CD로 음악을 많이 들으셨던 분이라면 누구나 트랙리스트에 없는 히든 트랙이 간혹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어떤 히든곡이 7번째로 있다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 사실을 밝힌 순간부터 히든 트랙의 의미가 무의미해지겠네요.....
기타/보컬 : 노키드
기타 : 라스
베이스/코러스 : 구름
키보드/보컬 : 서노
드럼 : 혜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