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날이 간다' 극중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와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인은수(이영애)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만난다.
강원도 방송국에서 '자연과 사람'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은수는 52년째 대밭에 살고있다는 강화순 할머니에게 묻는다.
은수 "대마소리 너무 좋네, 언제가 제일 좋아요?"
할머니 "바람불고 눈보라칠때가 좋지, 삭~서억 소리가나면 마음이 심난한게.. 기분이 확 풀리고 얼마나 좋나"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둘이서 떠나자던 곡 '제주도의 푸른 밤'에서도 '도시의 침묵'보다 좋은 제주도 바다의 속삭임을 예찬한다.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 없어요 제주도 푸른 밤 그별 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대숲소리, 푸른밤 파도소리. 자연의 소리는 늘 우리를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준다.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자연의 소리를 담은 라온레코드의 첫번째 앨범 '리듬 오브 디 어스‐제주 사운드 스케이프(Rythme of the Earth‐Jeju soundscape)'는 2014년 3월 봄, 제주의 소리풍경을 담은 앨범이다.
이 앨범의 제작자(프로듀서) 김창훈은 제주의 소리풍경 앞에서 다른 무언가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나에게는 오래된 습관 하나가 있다. 잠을 청하는 자장가처럼. 비 오는 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때론 멀리 지나가는 기차소리, 자동차 소리가 녹음된 CD를 틀어놓는 것이다. 한 동안 나를 잠재우던 그 CD가 사라져 아쉽던 차, 오늘 김창훈과 그의 동료 영기가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모아놓은 제주도의 소리를 듣는다" ‐이명세
트랙 1번 부터 4번 까지는 제주 자연과 도시의 엠비언스가 섞여있다. 저 멀리 뱃소리가 들리는 월정해변, 구 제주 도심을 외로이 지키고 있는 관덕정 그리고 한림 민속오일시장에서는 시장 사람들의 활기를 엿볼 수 있다.
트랙 5번부터는 순수한 자연의 소리만을 담았다. 벌과 새소리 사이로 간간이 차소리가 들리는 녹산로길, 곶과 자왈이 만나 숲을 이룬 사려니 숲, 삼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부오름, 빗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대정향교, 산정호수를 품은 물찻오름, 알작지 해변에서는 파도에 몽돌 자갈들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려준다.
박찬경 감독의 '만신',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 안상훈 감독의 '블라인드', 故이성규 감독의 유작 '시바, 인생을 던져' 등 다수의 작품에서 현장녹음을 감독한 김창훈은 soundscape(소리풍경)를 온전하게 담고자 라온 레코드를 설립했다. 라온은 순 우리말로 ‘즐거운’을 뜻한다.
라온 레코드는 자연의 소리풍경,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주변 지역의 표정을 소리로 담는 소리지도, 온전하게 자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생태음향 등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 혹은 화이트노이즈(white noise)를 통하여 마음의 평온과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찾고자 한다.
"제주 사운드스케이프는 우리로 하여금 가만히 멈춰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한다" ‐ 고든 햄튼(美사운드 엔지니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