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박아셀의 두 번째 이야기: 미니앨범 [괴수]
2011년 6월, 오랜 시간 적어 온 음악들을 첫 앨범 [다시 그 길 위를]에 담았던 박아셀이 2년 만에 새앨범과 함께 돌아왔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넬, 박지윤, 윤건, 신혜성, 임헌일, 정준영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바쁘게 지내 온 그가 얼마나 여전한지, 또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는 바로 이 앨범 [괴수]에 실린 음악들을 통해 차근차근 들려 준다.
총 여섯 트랙, 30분도 채 안 되는 길이의 이번 앨범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그의 전작 [다시 그 길 위를]보다 오히려 더 명확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명확함은 표지에 적혀 있는 앨범 타이틀에도 직결된다.
[魁首괴수]는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뜻. 그 모습이 어떠하든, 모든 인간에게는 악한본성이 있기 마련인데, 그는, 그 악한 본성의 뿌리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악함을 죄로 보았을 때, 이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들 곧 ‘죄인들’ 중, 매 순간 ‘나’로 점철된 시간을 사는 ‘내’가 가장 악하다는 고백을 ‘괴수’라는 말을 통해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자신을 이 앨범 전체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의 음악적인 분위기 역시 전작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녹음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함께 의논을 거듭하며, 음악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레코딩과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함께 작업한 엔지니어 강효민 감독과의 만남이야말로, 박아셀이 이번 앨범에서 다루고자 했던 소리와 이야기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전작에서 보여 주었던 그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이번 앨범에서는 모습을 많이 감추면서, 아마도 어쿠스틱악기들의 훌륭한 연주를 가장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운드적 접근을 보여 주고 있다.
1집에서 [기억은 소리부터 사라져 간다]의 가사를 선물했던 작사가 박창학의 가사가 더해져 1집과 이 앨범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그때 우리는 행복했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주로 현악기들을 다루었던 그가 금관악기와 더블베이스, 피아노 그리고 목소리로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한 [괴수의 노래]는 가요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리를 들려 준다. 또, 얼마 전 태어난 아들에게 들려 주려고 써 내려갔다는 [배]에서는 심플한 밴드 구성의 노래를, 이어지는 [그 후]에서는 박아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피아노와 현악 앙상블의 변주에 더해진 금관 악기들, 그리고 타악기까지가 함께 어우러진 조화로운 소리를 들려 주고 있으며, [하루]에서는 피아노와 목소리를, [그리고, 다음 날]에서는 피아노 두 대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원테이크로 녹음해, 스튜디오 더빙과는 구별된 라이브의 느낌을 담아 냈다.
어쩌면 무모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이런 시도들을 통해 그가 정말 들려 주고자 한 이야기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소리로 이 앨범에 담겨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의 그는 또 어떤 이야기를, 어떤 소리로, 또 다른 앨범에 담게 될 지 기대하게 하는 앨범이 되기를 희망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