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고 즐겨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연주하고 노래해야 직성이 풀리는 ‘음악민족’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팝과 락은 이제 장르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이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조금 특별한 느낌을 찾아 한발자국 더 들어가 보자. 거기에는 흑인의 감성을 대변하는 대표 장르인 블루스와 재즈가 있다. 하지만 이정도로 ‘유니크’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예의 장르들도 어느새 국내외를 막론하고 관련아티스트와 음악을 찾아들으며 즐길 수 있는, 또한 얼마든지 익힐 수 있는 익숙한 장르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scene)’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단 하나의 장르를 꼽는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무래도 ‘컨트리’일 수밖에 없겠다. 그도 그럴 것이 컨트리란 단어의 뜻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동네 음악’이지만 그 동네가 미국의 광활한 영토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동네 음악이기 때문이다. 컨트리는 이 광활한 미국의 동네에 터 잡고 살아온 백인 특유의 정서를 대변하며 발전해왔다.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컨트리가 빌보드 팝 신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것은 미국 고유의 풍토와 정서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불세출의 컨트리 뮤지션들이 유독 미국에서만 쏟아져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
컨트리에 대한 사설이 길었지만, 오히려 그런 의미에서 유랑의 정규앨범 ‘Country Count’가 갖는 의미는 크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장르가 바로 ‘컨트리’이기 때문이다. 유랑의 이번 앨범은 정통 컨트리, 웨스턴스윙, 블루그래스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국적 요소를 첨가한 ‘한미합작 컨트리’에 가깝다. 이전에는 물론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유례를 찾기 힘들 장르적 고민이 여실히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컨트리의 특성 때문이다. 최근 테일러스위프트 등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스타 컨트리 뮤지션의 등장으로 국내에도 서서히 장르적 인지도가 올라가는 과도기에 발매된 유랑의 이번 앨범은 미국 본토 컨트리와 한국식 개량 컨트리의 교두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랑의 컨트리는 한번 들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쉬운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적이지만 편곡의 근간이 되는 기타 연주만큼은 본토의 테크니컬 컨트리의 영향을 충분히 받고 흡수해 탄탄하면서도 화려하다. 전작에서 보여준 빼어난 모던 블루스의 연주력을 기반으로 컨트리 스타일의 코드 톤과 릭 플레이로 확장된 그의 연주를 듣는 것은 컨트리를 이해하고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또한 실제 라이브를 염두에 두고 녹음한 최소한의 편성과 미니멀한 사운드를 통해 ‘빼어난 가공미’보다 ‘자연스러운 실현가능성’에 포커스를 맞춘 앨범 제작의 기조도 주목할 만하다. 컨트리 선교사로서, 현지화의 기수로서 전에 없던 궂은 역할을 자처한 그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대중음악작곡가 인우 -
1. Dear My Friends
‘유랑식 컨트리’ 앨범의 포문을 열어젖히는 트랙으로 리드미컬한 기타리프가 인상적인 곡이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온 죽마고우들과의 사이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바래가는 과정, 그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냈다
2. Country Count
본격적인 컨트리스타일의 기타플레이로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이 곡은 이번 정규앨범의 타이틀이다. 컨트리기타주법에서 많이 사용되는 Banjo roll 주법으로 곡이 시작되며 중간 중간 나오는 멜로디와 기타 솔로에 Chicken Pickin’ 을 활용하여 더욱 진한 컨트리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가 가고자하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지만 주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라는 자전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3. Party Tonight
앨범 트랙 중 가장 팝스러운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곡이다. 전작의 느낌과 흡사하지만 이지 리스닝의 팝의 근저에 컨트리의 요소들이 양념처럼 배치되어있다는 것이 특징. 항상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망설이지 말고 Party Tonight!
4. Hey, Lonely Man (Part 1)
컨트리에 재즈를 접목한 세부 장르인 웨스턴스윙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곡이다. 너무 특징적이라 오히려 질리기도 쉽다는 것이 컨트리의 장르적 약점인데 그 안에 음악적인 개성을 담아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으니 너무 쉽고 편한 일만 찾아다니지 말자는 가사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5. Letter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건반과 피들이 연주되는 느린 6/8박자의 곡이다.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인들끼리 주고받는 편지 같은 색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곡 만큼은 기타솔로 없이 피들로 솔로를 연주하며 새로운 편성이 주는 느낌이 사뭇 신선하다.
6. Highway
시원시원한 기타리프를 필두로 전체적으로 탁 트인 고속도로를 연상케 하는 신나는 넘버이다. 함께 등장하는 슬라이드바를 이용한 연주는 몰아치는 일렉기타 사운드에 적절한 호흡과 완급을 주어 더욱 풍성한 들을 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7. Hey, Lonely Man (Part 2)
4번 트랙인 ‘Hey, Lonely Man (part 1)’의 후속으로 웨스턴스윙을 기반으로 하여 타이틀곡인 “Country Count”의 Banjo roll 주법을 더해 색다른 연주감을 주는 곡이다. 다양한 코드 진행과 여유로운 페이드 아웃으로 여운을 주고 있다. 세상 밖을 무서워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내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8. Waiting For The Sunrise
컨트리의 한 장르인 Honky Tonk 스타일의 곡으로 크런치한 드라이브 기타사운드와 함께 더블베이스와 드럼이 경쾌하게 리듬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일반적인 컨트리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한국적 색채가 느껴지는 편곡과 곡분위기가 인상적이다.
9. Change Your Mind
너무 뻔해서 오히려 더 잊고 살기 쉬운 가치, 역자사지. ‘Change Your Mind’는 그런 역지사지의 내용을 가사로 풀어내고 있다. 앨범 중 가장 빠른 템포의 BPM을 가지고 있으며 몰아치는 컨트리기타 주법인 Chicken Pickin‘ 이 아주 인상적인 곡이다.
10. Are You Ready?
앨비스프레슬리가 주도한 ‘Rockabilly(로큰롤과 컨트리의 혼합장르)’를 기반으로 한 앨범의 마지막 곡이다. 최소한의 악기 편성으로 만나는 미니멀 로커빌리에 매력에 빠질 준비 되셨는지. “Are You Read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