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전방위 아티스트 dub은 2009년 여름, 극단 -로드스토리-제작의 실험 음악극 [발명왕]을 2년여 동안 준비 중이었다. [발명왕]은 음악, 영화, 연극, 미디어 아트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집체극 으로서 dub의 연출과 각 분야의 촉망 받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든 실험 음악극(2009년 11월 국립극장 공연)이었다.
그 작품 각각의 파트 중 특히, 무대에서 연주를 담당한 밴드 [dub's Okestra]에 대한 찬사는 가히 유별났다. 하지만 [발명왕]공연 이후, 그들은 잊을만하면 모여 홍대 클럽이나 각종 페스티벌, 그리고 청계천, 신촌 등지에서 버스킹을 하곤 했었지만, 각자의 활동반경이 조금씩 달랐던바, 지속적이고 본격적인 활동은 하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그 후, 2011년 5월 대학로 서연 아트홀에서 초연한 드라마 콘서트 [이상한 별의 dub]으로 그들은 다시 뭉치게 된다. 한 달간 공연한 이 작품 역시, 전작인 [발명왕]의 연장선상에 있던 비슷한 형식의 Hybrid한 이 문제작이었고, 여기에서도 밴드는 관객들의 유별나고 아낌없는 찬사를 이끌어내었다.
그 때부터, 이들은 [이상한 별의 dub]이란 이름으로 신촌, 홍대 등지에서 계절마다 기획되는 [신촌 콘서트]에 정기적으로 공연하게 된다. 그 후, 멤버들은 dub의 원 맨 프로젝트성의 밴드가 아니라, 구성원 각각의 개성이 더욱더 완연히 표현된 궁극적인 밴드로 거듭나보자는 의견에 동의하고 2012년 가을, [어느 새]라는 이름으로 좀 더 넓은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1st EP 있나요?-
[어느새]의 음악 철학은 단순하다. 단출한 가요를 선호하고 노래한다. 그러한 면에서 [어느새]의 음악적 모토는 8,90년대의 가요라고 말 할 수 있다. 한 때 유행했던 7080의 열풍과는 또 다른, 8,90년대 음악의 정서를 2012년 현재의 발전 된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 [어느새]가 도달하려는 음악적 목표라 할 수 있겠다. 그 형태의 중심에는 기막힌 ‘스토리텔링’이 위치한다.
그들의 대망의 첫 번째 EP ‘있나요?’는 ‘지구에서 사랑을 찾아다니는, 달에서 온 외계인의 이야기’이다. 7개의 곡들은 마치 소설이나 영화처럼 달달 혹은 담담, 때로는 격정적으로 장르를 초월하며 듣는이의 마음에 착륙한다. 타이틀 곡이라 볼 수있는 ‘어느 쌀쌀한 보름밤’은 맬랑콜리한 홍키통키 리듬에 사랑을 느끼는 찰라의 순간을 묘사한 곡으로 맛깔나는 독백조의 가사와, 비약이 심하지만, 훅하고 감기는 멜로디가 절묘하게 매칭된 그야말로 웰매이드 대중가요 넘버이다. 각각의 수록곡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 컨셉트 형식의 실험적인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서정성을 무기로 대중성 획득에도 몹시 공격적인 접근을 한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가사를 중독성있는 멜로디로 현혹한 후, 묘하고 아름다운 어른동화를 스토리텔링 한다.
[어느새]의 첫 번째 EP ‘있나요?’는 몹시 덤덤한 표정으로 묻는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 사랑은 있냐고. 있다면 어디에 있냐고. 그게 정말 사랑이냐고. 날 그곳에 데려다 줄 수 있냐고. 내겐 정말 그게 필요하다고.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보이는- 음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