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10년차 무명(無名) MC의 데뷔작, 카말의 [페이퍼 마세]
한국 힙합 역사상 가장 개성 있는 크루 중 하나였던 BRS 레코드의 수장, 김박첼라와 아날로그 소년을 발굴하고 소리헤다를 데뷔시킨 장본인, 어느 날 BRS 해체와 함께 돌연 사라졌던 카말이 1여년 만에 솔로 데뷔작 [페이퍼 마세]를 들고 돌아왔다.
20대에 시작하여 30대에 완성한, 낡고 오래된 종이공예품
수없이 구겨지고 찢어진 청춘의 조각을 뒤로한 체, 그 수만큼이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페이지는 이 종이공예품을 완성했다. 그냥 흘려듣기엔 아까운 소리들, 우리 모두가 공감했거나 늘 나누었던 담소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30대가 되었다.(공중그네) 세상을 향해 으르렁거리던 객기도(불의 꿈) 누군가를 구원 할 거라던 혈기도(나를 반겨줘)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The Sunset), 그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사랑도(빈방) 지나고 보니 쑥스럽기만 하다.(두비둡)
가난하고 왜소했지만 앳되단 사실만으로도(어느 멋진 날) 아름답던 청춘은 원래의 모습을 잃었지만(오에아), 그래도 우리는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Ain't No Stoppin') 이제 잠시 심호흡을 가다듬고(잠시만)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뷰티풀 마인드) 다시 종이를 쌓아올린다[페이퍼 마세].
BRS의 Lost Tape 혹은 카말의 새로운 첫발
[페이퍼 마세]는 BRS 음악을 좋아했거나 그들이 주관하던 소극장 혹은 카페 공연을 한번이라도 찾았던 사람들은 물론, 그들의 음악을 접해보지 못했던 이들도 만족할 만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김박첼라와 팀을 이뤘던 아실바니안 코끼리 혹은 페이퍼스의 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본 앨범은 비교적 김박첼라의 초기 작품들로 인디언팜이나 아날로그 소년의 곡들보다는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원형에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가장 BRS다운 앨범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카말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두 친구, 해를 거듭할수록 수작을 내놓고 있는 ‘아날로그소년’과 이 바닥의 인정받는 소리장인 ‘소리헤다’는 물론이거니와, 한국 힙합 1세대 프로듀서이자 불한당 크루의 멤버 ‘The Z’, 언더그라운드 대표 R&B싱어 ‘소울맨’과 Hi-lite와 피노다인 그리고 한국 프리스타일을 대표하는 MC ‘허클베리피’, Killing Hook Maker 관록의 ‘Elcue’, ‘별이 빛나는 밤에’의 히로인 재즈싱어 ‘강선아’가 적재적소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