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의 뉴웨이브를 이끄는 새로운 사운드의 등장
신비로운 목소리로 전개되는 묘한 끌림의 시작
아진(Azin)이 펼쳐내는 첫 EP 앨범 [Developpe]
지난 11월, 상큼하면서도 몽롱한 분위기의 싱글 [So High]로 데뷔하며 일렉트로닉 씬에서 화제를 모았던 아진(Azin)이 첫 앨범인 EP [Developpe]를 발표한다. 꿈을 꾸는 듯, 구름 위를 걷는 듯 신비로운 목소리로 JUUNO(이준오 of 캐스커)와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에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제 몫을 훌륭히 해 낸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첫 앨범을 통해 전곡 작사, 작곡 그리고 편곡까지 도맡으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도약을 시작했다.
햇수로 4년,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첫 앨범 발표 뒤에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아진은 안양예고와 서울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한국무용협회 주최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무용경연대회에서 고등부 현대무용부문 차석상을 수상하는 등 무용계의 촉망받는 인재였다. 리듬과 비트에 따라 몸을 움직이곤 했던 그녀에게 음악은 또다른 삶으로 자신을 인도하는 연결다리였다. Bajofondo, Gotan Project, Portishead 같은 음악들을 찾아들었고, 그녀는 점점 음악 그 자체에 매료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춤으로의 연결다리였던 음악은 어느새 다리를 건너 삶의 영역으로 깊숙이 침투해왔고, 그녀는 직접 멜로디와 비트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전개되는’, ‘펼쳐지는’의 뜻을 가진 발레 용어 '데벨로페(Developpe)’를 첫 앨범의 타이틀로 지은 데에는 무용에 인생을 걸었던 그녀의 어린 시절과 새롭게 시작되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더 높은 곳으로, 넓은 곳으로 펼쳐지길 소망하는 단단한 각오가 동시에 담겨 있다.
여성 뮤지션으로서 일렉트로닉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그녀의 과감한 선택을 지지하며, 이번 앨범에서는 걸출한 조력자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일렉트로닉의 대명사라는 수식어와 함께 각종 영화, 드라마 등 음악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룹 캐스커의 프로듀서 이준오(JUUNO)가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데뷔곡이자 이번 앨범 2번 트랙으로 수록된 ‘So High’에서는 작곡가 황현이 공동작곡을 맡아 매끄러운 멜로디 라인을 완성했다. 특히 이준오는 “부유하는 듯한 사운드, 신비한 멜로디와 목소리를 가진 아주 매력 있는 아티스트”라고 언급하며 아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몽환적인 사운드 속에서 또렷하게 다가오는 목소리, 그리고 매혹적인 눈빛으로 시선을 잡아채는 아진(Azin)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몸으로 그려내던 선율은 이제 진짜 멜로디가 되어 사람들 앞에 펼쳐진다. 데벨로페(Developpe), 아진이 시작하는 일렉트로닉의 뉴웨이브가 전개된다.
1. 섬광
순간적으로 번쩍하는 빛 ‘섬광’. 온전히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그순간을 사운드로 표현했다. 깊은 물 속에 가라앉는 듯한 몽롱한 느낌을 주려 했고, ‘잠깐’, ‘찰나’와 같은 순간을 절제된 사운드로 담아냈다.
2. So High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순간, 온 세상은 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통통 튀는 멜로디에는 설레는 행복이 담겼고, 8비트 칩튠을 사용한 80년대 복고풍 사운드는 하늘을 나는듯, 꿈을 꾸는 듯 몽롱함을 선사한다. 2014년 11월 발매된 아진(Azin)의 데뷔곡으로, 작곡가 황현이 공동작곡을 맡았다.
3. Twenties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어떤 것들을 추구하고 싶은지 등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20대의 삶은 마치 큐브 퍼즐을 연상하게 한다. 큐브 퍼즐을 맞추듯 멜로디에 어울릴만한 소리들을 먼저 꺼내놓고 이를 하나씩 맞춰가는 느낌으로 만든 인스트루멘탈 트랙으로, 각자 뛰놀던 음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곡으로 탄생했다. 도전하고 다시 또 도전하는 과정을 겪은 후 결국 자신에게 맞는 퍼즐을 완성한 아진(Azin)의 노력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4. 원한다면
같은 순간을 공유했더라도, 기억은 저마다 다르게 남는다. 잊으려 할수록 잊혀지지 않는 야속한 기억은 왜곡된 시간 속에서 자꾸만 제 힘을 키워 나간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의지대로 없앨 수 있기를 바라며 중얼거리는 노랫말은 스스로를 향한 자기 최면이자, 절실한 다짐이다. 단 한 번에 멜로디와 가사가 완성된 곡으로, ‘기억나지 않아, 기억하지 말아’ 그리고 ‘원한다면 무엇이든 잊을 수 있어’와 같은 소절을 통해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5. 눈이
사랑의 끝자락. 상대방의 싸늘한 눈빛과 표정, 몸짓에 조금씩 산산조각나는 마음을 ‘눈’으로 표현했다. ‘마음에 내리는 눈(snow)’ 혹은 ‘차갑게 스치던 눈(eyes)’을 중의하는 이 곡은 마음 속에 진심을 숨긴 채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는 안타까운 상황을 쓸쓸한 느낌으로 그려낸다.
6. 잔상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어느날,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감정의 잔해들이 치고 올라올 때가 있다. 미처 해소되지 못한 이것들은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자라나 나를 속수무책으로 집어삼키고, 바닥 끝으로 무너트린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난 후 남은 것은 새하얗게 타고 남은 잿빛의 눈물.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잔상처럼 길을 잃고 서성거리는 마음을 노래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