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불여우 내 짝]
어느 날 문득,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오래된 물건들을 뒤적이는 느긋하고 마법같은 시간을 만난다. 거기에는 아주 오래 전의 내가 있다. 어린 시절 글이 있는 공책 한 권이 만들어낸 초유의 콜라보레이션, 85년의 '이규호' 와 2015년의 '이규호' 와의 만남이다. 시작은 가벼웠다.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 공책에 쓰여진 동시 한 편. 30년 전의 '이규호' 어린이가 만난 불여우처럼 얄미운 짝꿍. 그 곡은 장난처럼 즐겁게 3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어른 '이규호' 의 노래가 된다. SNS에 친구들에게 살짝 공개하고 뜨거운 호응을 얻은 후, 선물처럼 싱글로 공개된다.
언제나 세련되고 섬세한 감성 가운데 천진함을 반짝이는 그의 독창적인 세계는 어린 자신과의 콜라보에서도 빛을 발한다. 도입부, 풍금 소리에 맞추어 시작되는 어린이의 피처링은 옛 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된다. 어린이의 세계와 전혀 이물감이 없는 '이규호' 의 보컬이 '박용준', '고찬용', '민재현', '송형진' 의 노련한 연주자들에 의해 다채로운 현실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 불여우, 불여우라, 얄미운 내 짝, 내 짝 이 주문처럼 입가를 맴돌게 되면, 어른이 된 우리는 청량감있는 어린 날을 떠올리면서 기분 좋게 마법의 시간을 즐기게 될 것이다. 불여우가 이토록 귀여운 단어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털어내지 못할 먼지 속 추억에 파묻힌 채. (글:신영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