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끝을 노래하는 기타팝
인디 끝판왕 코가손 첫 EP [오늘부터]
코가손은 밴드 포니, 썸머히어키즈, 서교그룹사운드에서 기타를 담당하던 김원준과 포니의 드러머 권우석, 여기에 전 얄개들 멤버이자 현재 푸르내의 기타리스트인 실력파 이경환이 베이시스트로 합류해 결성한 3인조 록밴드다. 이미 국내 밴드씬에서의 탄탄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모여서 만드는 사운드는 90년대 영미권 인디록 넘버들을 연상시킨다.
‘계절의 끝’에서 퍼즈가 잔뜩 걸린 사운드는 스매싱 펌킨스가 떠오르며, ‘오늘부터’의 밝은 코드진행은 틴에이지 팬클럽 같은 파워팝과 흡사해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단단한 스타일의 사운드에 여물지 않은 김원준의 목소리와 유려한 멜로디가 녹아 들어 시원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풋풋한 감성이 느껴지는 코가손만의 색다른 음악이 완성된다.
또한 코가손만의 색깔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로 노랫말을 빠트릴 수 없다. 너의 머리결과 내 마음, 아르페지오로 연주되는 기타가 모두 흩날리면서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지난 주말’, 누군가와 함께하는 새로운 출발을 통해 무겁고 건조한 일상을 넘어서고자 하는 ‘오늘부터’, 터프함과 찌질함의 중간 선상에서 아슬아슬하게 구애를 하는 ‘모든 것이 되어줘’, 추억이 서려있는 공간에서 이별의 시간을 쓸쓸하게 맞이하는 ‘계절의 끝’. 이러한 가사들이 보컬의 여린 목소리와 합쳐지면서 옛날 청춘 드라마와 같은 아련함을 선사한다.
“중요하게 태어나서 중요하지 않게 살아가네.” 타이틀곡 ‘오늘부터’에 나오는 이 구절은 분명 그리 밝지 않다. 하지만 곧이어 흘러나오는 후렴구는 “오늘부터 너랑 나는 같은 길을 갈 거야”라며 확신에 찬 의지를 드러낸다. 중요하지 않게 살아갈 지도 모를지언정 새로운 태어남은 그 자체로 언제나 중요하기에,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다시 한번 새롭게 태어나기를 희망하는 코가손의 의지를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저마다 서툴고 치기 어린 청춘의 단면을 노래하던 세 청년들이 어느새 제법 성숙한 어른들이 되어 우리 앞에 돌아왔다. 청춘의 끝을 노래하는 새로운 밴드 코가손의 행보에 다 같이 주목해 보자고 감히 제안하고 싶다. (푸르내 김성준)
1. 지난 주말
합주 과정에서 후렴 멜로디가 통째로 바뀔 정도로 가장 많이 편곡이 된 노래. 기타, 베이스, 드럼 세 악기의 합이 가장 잘 느껴지며 밴드의 색깔이 고루고루 자리를 잘 잡은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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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늘부터
다른 연주적 요소보다 보컬 멜로디만으로 힘을 가질 수 있는 노래를 쓰고자 했다. 후렴의 기타 리프는Smashing pumpkins의 ‘today’의 메인 리프와 동일한 음과 운지법을 사용, 그들 나름의 리스펙트를 담아냈다.
3. 모든 것이 되어줘
사운드는 펑크를 연상시키듯 단순하고 직선적이지만, 특유의 인디감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경쾌한 분위기와 무심한 듯 내지르는 김원준의 소년창법이 제법 잘 어울린다.
4. 계절의 끝
90년대 인디록 넘버들을 잘 계승한 트랙. 후렴에 짙게 깔리는 퍼즈 사운드는 Smashing pumpkins를 연상시키면서 여린 보컬 멜로디와 미묘한 대조를 이룬다. 코가손의 시작부터 함께한 곡으로 멤버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트랙.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