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벨원에서 제이벨로. 큰 변화처럼 보이진 않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그가 한국 록음악의 현실에서 버텨왔던 10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홍대인디신의 어느 한 지점에서 시작해 지금껏 걸어오고 있는 제이벨은 분명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을 변주 중이었다.
2011년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아'로 싱글앨범을 냈던 그가 4곡을 들고 미니앨범으로 나타났다.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 그렇다 그 흔해빠진 사랑이다. 인류보편 주제인 사랑을, 그것도 과거의 기억을 곱씹는 이 낡은 문법을 2012년, 그러니까 인류의 멸망이 회자되는 이 수상한 시대에 내놓았다.
제이벨원이 발표할 미니앨범 '흑백'은 퇴행과 진화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좀 있어보이게 표현하자면 진퇴에 대한 변증법적 사고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1999 사랑 (부제: 흑야애)'라는 곡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노래는 1999년 어느 때를 시발점으로 한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첫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이다. 그것이 '기억나지 않는 새로운'에선 희망이 되며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아'에선 절망 속에서 건졌던 하나의 깨달음을 전한다. 마지막 곡 '여행'은 앞선 모든 과정 이후를 풀어 놓는다.
다시 말하지만 과거다. 제이벨의 이 새삼스러운 선택에 대한 이유, 그리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듣는 이에게 불러일으킬 감흥은 두 번째 문제라 말하고 싶다. 정말 중요한 건 이야기를 담아놓은 그릇이었다. 빛과 어둠의 교차를 암시하는 각 노래의 배열과 함께, 제이벨원이 선택한 그릇은 1980년대, 혹은 1990년대 초반 한국 모던록, 포크록이었다.
그래서 실로 반가울 수밖에 없다. 대중가요의 복고바람에서 느꼈을 법한 묘한 소외감을 그가 달래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응답하라 1997]에서 소외감을 느꼈던 우리의 록키드들은 제이벨의 이번 앨범에서 위로를 찾기 바란다. 어떤날, 장필순을 기억하는 이들이여, 조동진과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를 흥얼거렸던 이들이여 응답하길.
- 오마이뉴스 연예매체 오마이스타 이선필 기자
http://jbel.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