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브레인 갤러리(White Brain Gallery)는 영화음악 작업을 하며 틈틈이 혼자 새로운 형식의 콘셉트 정규앨범을 작업해오던 파이벤(Pyven, 리더)과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현정의 2인조 프로듀서 그룹으로 2014년에 결성됐다. 팀 이름의 기원은 2011년의 여름 즈음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프로젝트 밴드를 구상하던 파이벤이 평소 좋아하는 4가지 색깔 중에서 유채색인 Red를 제외한 White, Black, Grey의 이니셜 W,B,G를 가지고 서로 별 연관 없는 이질적인 단어들로 변형하여 조합한 조어이다.
화이트 브레인 갤러리 작업의 특징을 꼽자면, 멤버 모두가 영화음악으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만큼, 연주곡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앨범에서 연주곡의 비중이 보컬곡 만큼이나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직접 리드보컬을 맡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015b’나 ‘토이’처럼 곡에 잘 어울리는 객원보컬을 섭외하여 프로듀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음악 그 자체로서, 혹은 음악 위에 언어적 메시지를 얹은 형태가 주를 이루지만, 음악 이외의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에도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점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본래 그림이나 사진 등의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의 의미로 쓰이는 갤러리의 의미처럼 화이트 브레인 갤러리는 앞으로 발표할 매 앨범마다 특정 내러티브를 관통하는, 새롭고 다채로운 음악 작품들을 전시하여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 7가지 에피소드가 담긴 옴니버스식 구성의 콘셉트 EP 『아래의 시간』 (Time Down Below)
화이트 브레인 갤러리의 데뷔 EP앨범 『아래의 시간』은 ‘아래’라는 우리말 명사와 시간이 지닌 이미지로부터 구상, 기획됐다. ‘무엇으로부터’라는 기준으로 상대적인 뜻의 아래라는 명사는 어떤 기준이나 혹은 사람의 지위, 신분, 연령 등에서 더 낮은 쪽을 의미하거나 특정 조건과 영향 따위가 미치는 범위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다소간의 부정성, 수동성, 열등감이나 혹은 인간성과 진정성, 본질을 함의한다.
물리학에서 ‘t’라는 변수로 주어지는 시간은 개개인의 운동을 기술하는 하나의 표현이다. 특별히 우리 삶에서는 공간과 얽혀 연속적인 의미를 담는 일종의 장으로 의미여하에 따라 주관적으로 확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의 7개의 곡이 진행되는 짧은 시간 또한 각각의 의미를 띄며 함께 모여 확장, 축소되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의미 집합체 그리고 메타-시간적인 세계를 구성한다.
‘아래의 시간’은 이른바 갑과 을로 냉정하게 양분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쪽에 속하는 ‘아래로서의 시간이거나, 혹은 우리 개개인 삶의 어느 특정 구간에서 묵묵히 버텨 내야만 하는, ‘아래’에서 무력하게 머문 인고의 시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저 차가운 바다 속과 같이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아래’를 가리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래의 시간은 부정과 수동 그리고 인간성과 본질로부터 차오르는 위로의 시간을 암시하며 확장, 승화될 수 있다.
장르적인 면에서 크게 ‘전자음악’과 ‘록’ 그리고 ‘클래식’적인 감성이 어울어진 4곡의 노래와 3곡의 연주곡이 수록된 EP『아래의 시간』은 ‘아래의 시간’이라는 큰 주제 아래, 7가지의 에피소드가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실험적인 사운드의 다채로운 장르와 언어로써 엮여, 흡사 단편소설 모음집 내지는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을 취한다.
한편, 이번 EP앨범에서는 정은정, 시은 두 여성 객원보컬이 참여하였으며 밴드 ‘전기뱀장어’의 기타리스트 김예슬이 모든 기타 연주를 맡아주었다.
글 김지호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