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 긴 여정, 그 끝에 완성된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 셀프타이틀 정규 6집 [Pia]
4년 만이다. 피아만의 다채로운 색채가 빛나는 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결정체였던 5집 [Pentagram] 이후 4년 만에 밴드 피아가 셀프 타이틀 정규 6집 앨범 [Pia]를 발매한다.
지난 2011년 발매한 [Pentagram]은 피아라는 이름으로 한 번의 멤버교체 없이 10년 넘게 함께해온 다섯 멤버들의 완벽한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낸 총체적인 결과물이자, 오랫동안 몸담았던 소속사 서태지컴퍼니로부터의 독립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 시즌2’에서의 우승까지, 명실상부 국내 최정상의 록밴드로써 한 길을 걸어온 밴드 피아이기에 5집 이후 드라마 OST나 공연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피아의 4년 만의 정규 앨범 공개는 폭발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멜로디의 록사운드를 그리워했던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걸고 들려주는 보다 내밀하고 거대한 이야기이자 음악적 자신감의 발현. 여기에 국내 락페스티벌 무대에 서기도 했던 더 유즈드(The Used), 옐로우카드(Yellowcard) 등의 믹스 엔지니어로 활동 중인 폴 레빗(Paul Leavitt)이 믹스를 맡아 보다 공격적이면서도 부드럽고 풍성하면서도 섬세한 또 다른 피아의 사운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앨범 아트웍은 멤버 양혜승의 친누나 이자 단체전과 개인전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양소정 작가가 맡아 공존할 수 없는 것이 공존하는 세계,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무섭고, 부드러우면서도 딱딱한 모든 인간의 모습, 즉 이율배반의 공존을 피아의 음악적 이미지로 연결시켜 표현해내고 있다.
이번 앨범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모든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나고 헤어짐으로 길을 떠나면서 시작한 여행에서 본 거대한 세상으로 어느새 큰 그림을 그리게 되는, 누구나가 겪을 수 있는, 그리고 피아가 경험했던 그 순간들이 앨범에 고스라니 녹아있다.
지난 4년은 이들에게 혼돈과 혼란과 모순의 시간들이었다. 험난했고 고독했으며 자유를 갈망했고 사랑을 이야기하다가도 아파해야 했다. 그 4년이라는 긴 여정의 어느 한 귀퉁이, 만남과 헤어짐 그 어느 지점에서 시작된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보게 된 대자연의 경외감에 삶을 돌아보고, 대자연에 전율하고 압도당하면서 때론 두려워한 경험들. 이렇게 피아의 6집 앨범 [PIA]는 내면의 사사로운 감정들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면서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는, 끝과 시작이 맞물린 이야기들이다.
인트로에 이어 흘러나오는 타이틀곡 ‘백색의 샤(shah the white)’는 이러한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곡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몰려오는 강한 태풍을 느끼면서 거대한 파도와 물보라를 shah(황제)로 표현하고 있는 이 곡은 자연의 가장 작은 존재인 인간으로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가.
‘Her’는 간절히 원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며 손에 닿지 않는 그녀를 노래하고 있으며, 이어지는 곡 ‘Home’은 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행길을 되돌아보며 쓴 글들을 담고 있다. 뒤돌아서 울어버릴 만큼 여행의 시간 그리고 자연을 느끼며 위로받았던 기억들, 그리고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앨범에는 모두가 함께 울었던 그 날,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아이들과 유가족을 위한 추모곡으로 쓴 ‘북서풍(northwester)’도 실려있다. 차갑고 쓸쓸한 북서풍이지만 이제는 정령이 되었을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어리석은 우리들을 대신해 따스하게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다음 곡을 예상케라도 하듯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BABEL’을 지나면 이번 앨범의 가장 강렬하고 파괴적인 트랙 ‘Storm is coming’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선공개 되어 피아의 컴백을 강하게 알리며 큰 사랑을 받은 이 곡은 타이틀곡 ‘백색의 샤’와 맥락을 같이 한다. 대자연의 웅장함과 두려움을 표현한 거칠고 강렬한 사운드 속에서 언젠가 인간은 벌을 받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Memento mori’는 자신이 언젠가 죽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영광스런 비행은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천천히 추락할 것이며, 그 추락 역시 또 다시 날아오를 언젠가의 영광스러운 비행이 될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호박(색)보석 ‘Amber’는 존재의 가치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가두고 희생시킬 수밖에 없음을 보석에 빗대 노래하고 있다. 송진이 흘러 벌레가 갖히고 지하에서 열과 압력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가공되어 오랜 기간 보존된 보석. 그리고 이만큼의 가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노래.
피아의 음악 중에서는 소품 느낌이 강한 ‘Night Walk’는 한밤에 산속을 걸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노래하고 있다. 아스라한 달빛과 바람 속 추억과 상처들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줄 것만 같은 아련한 음악은 그렇게 작은 위안과 또 다른 희망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피아(彼我, PIA)…
너와 나, 세상과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