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스 (Loro's)' [Time]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같은 질문들이 대변하듯, 인간의 삶을 기준으로 평생 동안 혹은 남은 여생동안에는 유효한 것들이 있겠죠.. [Time]에서는 그런 종류의 슬픔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죽음과 연관된 슬픔. 생의 마지막 이별... 기이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슬픔과 마주하고, 오열하고, 애도했으나 한구석에서 조용히 잔존하던 그 것은 점점 더 커져가는. 이후로 알게 된 건 그 것은 순간 순간의 기쁨에도, 새벽의 고독과도 함께 한다는 것.
아니, 제 모든 감정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희로애락의 뒤에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그것. 이건 도대체 뭐지..? 싶었습니다. 혹자는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감이라 했고, 또 누군가는 후회라고 말했습니다. 여하튼 전 그 것을 정의하기에 앞서 고스란히 안은 채로 방 안에서 음악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그 것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들이 나왔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여태껏 그 것 이라 일컬었던 건 아마 빚진 마음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회적인 현상들을 겪으면서, 갖가지 슬픔들이 현실과의 타협에 뒤섞여 버리고,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고, 조롱 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습니다. 슬픔이 슬픔으로 흐르지 않을 때, 애도가 애도로 흐르지 못하는 현상을 겪으며 제게 그 것이 생겨난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슬픔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괜찮다. 그대로 흘러가라. [Time]은 시간이 모든 걸 덮어주겠죠 가 아닌 시간과 같이 흐르는 슬픔. 고이지 않는 감정. 그것을 바라보는 깊은 시간. 그리고 삶에 대한 제 작은 소망입니다.
About '이승열', 음악을 만들어 가는 내내 이 곡을 '이승열' 선배님께서 불러주시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은 곡이 완성될 때 즈음엔 사라지기는커녕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고, 결국 멤버들에게 그 의사를 밝혔습니다. 워낙 대선배님이기도 하시고, 외부 작업보다는 본인의 작업에 더 뜻이 있으신 걸로 알았기에 선배님과 평소 왕래 한번 없던 저희로서는 피처링 부탁을 하는 것에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곡을 쓰게 된 배경과 피처링을 부탁한 이유 등을 귀담아 들어주시고는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녹음을 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진행될 때마다 짙게 채색되는 목소리를 들으며 환희를 느꼈고 혹시나 후배가 눈치 보며 말 못한 부분이 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물어 봐 주셨던 선배님께 이 자릴 빌어 다시 한번 커다란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밴드로서도 최초의 피처링 작업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제 곡을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 대상이 '이승열' 선배님이라는 사실이 저로서는 대단히 영광입니다.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정말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이승열' 선배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