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와 동시에 쉬고 싶다고 하는 과감함과 솔직함의 교차점.
솔로 아티스트 빌리 어코스티의 첫 데뷔 싱글 [쉬고 싶어]
Bily Acostie. 빌리 어코스티. 어쿠스틱 아니고 어코스티. Because I love you의 약자인 빌리와 어쿠스틱의 애칭인 어코스티라고. 팀 이름을 풀어놓고 살펴보니 적지 않은 나이의 남자인 빌리 어코스티가 말하기엔 약간 간지럽기도 하고, 이 사람은 소녀감성을 가진 남자인걸까-하고 잠깐 갸웃하는데 이내 부연설명을 달아준다.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모든 일의 원인은 사랑받기 위해서, 다만 그 때문이지 않을까. 공부도 일도. 이게 가끔은 사랑 때문인지 외로움 때문인지. 휴.' 이름을 발음했을 때엔 제법 귀여운 느낌인데, 그 속사정을 듣고 보니 자조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빌리 어코스티는 솔로 아티스트 홍준섭이 혼자하는 밴드이다. ABU라디오송 페스티벌 대상, KBS 영상 음악 공모전 대상, 파주 포크송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연이어 거머쥐며 수많은 어쿠스틱 팝 밴드들 사이에서 불현듯 등장한 빌리 어코스티는 레코드 팩토리에서 주관한 뮤지션 서포트 프로젝트에서도 1등을 쟁취, 앨범 제작을 후원받으며 본격적인 앨범 제작에 나섰다.
빌리 어코스티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 같지만 사실은 꽤나 오래전부터 홍준섭으로 음악활동을 해온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옥상달빛의 첫 EP앨범에 참여했고, Rock 밴드 문패트롤의 기타 리스트로 활동 했던 뮤지션이다. 다방면으로 활동해온 홍준섭이 빌리 어코스티로 앨범을 내기로 한 이유는 단순명료했다. '재미있고 싶어서.' 자신이 꿈꾸는 공연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상에서 재미있게 지내다가 같이 공연도 재미있게 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리허설부터 낄낄거리며 시작해서 공연도 재미있게 하고, 뒷풀이까지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 곳에서 다른 사람의 앨범으로 활동을 해온 그는 쉬울 것만 같은 이 바람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내 앨범이라면 '재미있게'가 가능할 것 같았다고 하며 잠시 낄낄 웃었다.
빌리 어코스티 음악의 포인트는 솔직함을 넘어선, 감정을 다 드러내 보이는 찌질함인데, 그냥 찌질함이 아니라 찌질한 것 같은데 자세히 들어보니 속마음은 따뜻한, 진지한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아주 웃기고 있는 반전에 반전을 더한 그런. 빌리 어코스티는 앨범에 관한 설명을 하는 내내 조근조근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가는데 그 속 곳곳에 개그를 심어두고서는 모르는 척 당당한 눈빛으로 상대를 마주하며 상대가 웃기를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독특한 개그 코드에서 얌전한척하는데 사실은 조금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반전의 한 방을 노리는 그 자신도 음악과 닮아있었다.
홍준섭에서 빌리 어코스티로 오기에 서두름은 없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그가 찍어온 인생의 점들은 연결은 곧게 뻗은 선은 아니지만, 그 연결선이 약간은 삐뚤빼뚤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찬찬히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쿠스틱 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일상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자유롭게 구사하는 팀이 되고 싶다는 빌리 어코스티에겐 지금 건너는 다리가 견고하며 또한 그 끝이 열려있음을 알 수 있다. [쉬고 싶어] 2013년도 CEO들에게 소개될 최악의 노래를 감히 예상해보는 "쉬고 싶어"는 한숨같은 목소리로 음악이 시작되지만 그저 푸념이 아닌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는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기타, 베이스, 카혼 3가지의 악기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으로 지친 일상을 털어 버리고 싶은 듯 한 기타의 셔플 리듬이 흥겨우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애국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한, 최근에는 보기 힘들어진 총 4절로 이루어진 곡이며 1절과 4절의 시작을 '쉬고 싶어'로 시작한 수미상관구조를 사용한 대단히 뿌리 깊은 전통이 깃든 한국적인 곡이다. Outro에선 빌리 어코스티의 기타 솔로와 함께 고난이도의 Scat을 선보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