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오수경 [Salon de Tango]
살롱 드 오수경의 정규 1집 [Salon de Tango]는 리더 오수경이 4년에 걸쳐 완성시킨 자작곡들을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
하나의 완전체로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기존의 탱고 곡들을 커버하거나 리메이크 한 것이 아니라 100% 자작곡이라는 것에 우리는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수경은 마음속으로 늘 꿈꾸던 탱고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길 갈망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주어지지 않아 어느 아나운서가 쓴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기를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밀롱가에서의 탱고는 네 곡의 음악으로 이루어진다. 한 번 무대에 나선 커플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든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함께 춤을 추는데 그것이 하나의 탱고다. 그 네 번의 춤은 각각 만남,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열정적인 사랑,
이별을 의미한다." (손미나 저.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본문 중에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오수경은 본인의 연애경험을 토대로 만남,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열정적인 사랑, 이별 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곡을 쓰기로 결심하고 4년이라는 긴 시간의 곡 작업과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 [Salon de Tango]라는 한 장의 앨범으로 완성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려면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끊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하기를 권한다.
첫 트랙을 시작으로 살롱의 문이 열리고 곧 이어 시작되는 '만남'에서는 남녀간의 아찔한 첫 만남을 현악기간의 효과음을 통해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순조롭게 펼쳐지는 멜로디를 뒤로한 채 Outro에서 깔리는 '이별'테마는 만남은 곧 헤어짐이라는 상투적 결말을 암시하기 위한 숨은 장치로 여겨진다. 상대방에 대한 깊은 욕망을 서서히 휘몰아치듯 표현한 '관음증'.
변화무쌍한 템포의 변화, 변박, 전조 등을 통해 남녀가 만나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의 과정과 감정의 기복을 격정적으로 그려낸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앞으로 닥칠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짤막한 예고 '사랑의 인벤션'.
거친 밀롱가의 리듬과 렌토의 느린 패시지가 교차하는 가운데 슬픔을 토해내는 듯한 장수현의 격정적인 바이올린 솔로가 돋보이는 곡 '열정적인 사랑'. 서로를 향해 불꽃같이 타오르던 감정이 소멸된 후 어느 새 무덤덤해진 남녀의 이별을 덤덤한 어조로 노래한 '이별' (모짜르트 협주곡 40번 1악장의 일부분을 Fuga기법을 사용해 작곡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리고, 숱한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겪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감정의 사이클을 표현한 곡 '뫼비우스'는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곡이라 할 수 있다. 후폭풍이 지나간 뒤, 아홉 번째 트랙 'Goodbye'에서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듯 '웃으며 안녕'하지만 홀로 집으로 돌아와 쓸쓸히 연주하는 듯한 관음증 솔로 피아노 버전은 자연스레 첫 트랙에 대한 연결고리가 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얘기임을 암시한다.
살롱 드 오수경의 1집에 수록된 10곡 모두 탱고 곡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며 곳 곳에 깔린 복선과 다양한 전개방식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영리한 연출력 또한 눈 여겨 볼 만 하다.
이제 음기 가득한 그들의 음악에 흠뻑 젖을 시간이 왔다.
자신들의 살롱으로 유혹하는 그들의 손짓을 과연 우리가 거부할 수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