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퀀스]는 2015년에 결성된 프로젝트 "콘트라젤리"의 데뷔 음반이다. 신디사이저와 샘플러를 연주하는, 외형적으로 전자음악이 대중 속을 파고든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모양새를 하고 있으면서 그들의 고유한 방식으로 곡을 구성하고 악기를 배치했다. 수록된 트랙 각각의 이야기가 차례로 진행되어 작은 시리즈를 이루는 중에 기계에서 스스로 흐르도록 프로그래밍 된 멜로디 라인이 정해진 시간과 순서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귀를 향해 울린다. 개별적인 음과 이야기가 순서를 갖고 이어짐으로 인해 입체성을 띄고 확장된 내용이 더해질 때 본능적으로 개연성을 지각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넘어 정신에 형성되는 세계를 조밀하게 수놓았다.
둘 다 내면적인 활동이나 스스로 행하는 생각과 달리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기분은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언제 까지든 잔상이라도 남아서 기억을 떠올리는 데 실마리가 된다. [시퀀스]의 다섯 트랙은 인물이나 인물이 처한 환경도 행동도 아닌 경험 되는 기분을 주제로 삼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구성을 엮는 방식도 심리 발전단계와 비슷한 모양을 띤다. 흥미로운 기분이 때때로 찾아온 것을 알면 감각은 “유랑기”와 같이 연속물로 취급할 수 있다. 특정한 장소의 기분 “강가에서”는 반대로 기분이 장소를 상기시킨다. 오래전부터 동양인에게 새어 나오는 정신은 마음의 “깊은 곳에서” 고향을 느끼게 한다. 형형색색으로 점멸하는 불빛이 건네온 유혹은 “광과민성”에, 사랑하는 대상이 전하는 기쁨을 느끼며 "산딸기"는 헤어나지 못 하는 아이러니를 마음껏 즐겼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