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의 새로움, 편안함 속의 낯선 감각 - '를'의 첫 번째 EP [ㅁ]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하고 낯선 이름, 싱어송라이터 '를'은 사실 김연우, 김범수, 백아연, 허각, 아이비, 2AM, 2PM, Miss A, 나비, A pink 등 수많은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김동률, 노 리플라이, 데이브레이크 등 싱어송라이터들과의 성공적인 콜라보를 선보였던 알렉스 2집에서 타이틀 곡 "미쳐보려 해도"의 작곡자로 선봉에 섰던 독특한 경력을 갖춘 실력파 뮤지션이다.
이렇듯 '를'의 음악적 근간은 대중 가요의 문법을 벗어나지 않는다. 트렌디한 아이돌 팝부터 90년대의 정서를 환기하는 컬리지 뮤직까지, 이 다양한 디스코그라피를 관통하는 익숙하고 편안한 질감을 이번 EP "ㅁ"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를'은 그 속에서 독특한 가사와 편곡, 사운드 배열 등을 통해 완전히 새롭고 낯선 감각들도 함께 표현하고자 했다. 표현의 제한 없이 내면의 세계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청각화한 치밀한 노력과 열정이 4곡의 노래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앨범 제목과 동명인 타이틀 곡 [ㅁ]은 이러한 '를'의 독특한 자의식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곡으로, '상자 속에 갇혀 몸부림치며 벗어나길 열망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마음'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제목이 우선 눈에 띈다. 기존 대중 가요의 익숙한 형식을 탈피한 리듬 전개와 화성 파괴, 다채롭고 복잡한 악기 배치 등 앨범 내에서 가장 실험적인 구성의 곡이지만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뮤지션 '를'의 색깔을 가장 잘 대변하는 곡이라는 판단 하에 타이틀로 선정하였다. 낯설고 다이나믹한 사운드 전개 속에 감각적인 가사와 섬세한 보컬이 공존하는 [ㅁ]의 이원적인 구성은, '사랑의 아픔과 모순'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며 오랫동안 곰씹고 생각해볼 만한 지적인 메세지를 청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한편 '관념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도약한다'는 형이상학적인 메세지를 밝고 경쾌한 멜로디에 담은 [허리를 감아], '끝은 새로운 시작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작은 무언가의 끝'이라는 의미의 범용적인 연가 [끝과 끝], '들어야 할 이에게 닿지 못하는 노래의 비극'을 표현한 대곡 형식의 발라드 [이 노래를 그대가 들을 수 있다면] 등, 나머지 수록곡들에서도 다양한 감각의 영역을 묘사하고자 하는 '를'의 이지적인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말 조사 '를'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에서 예명을 정했다는 '를'. 그 이름 그대로 자신의 세계를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다 보면 언젠간 그 음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 '를'은 믿고 있다. 그의 시각 속에서만 보이는 익숙함 속의 새로움, 편안함 속의 낯선 감각들. '를'은 그러한 자신만의 세계를 믿고 있고, 음악을 통해 누구도 가보지 못한 지점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