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황정관이 국내 복귀작을 발표했다.
황정관은 90년대 말 인디밴드 멤버로 활동할 때부터 연주자들 사이에서 차세대 연주자로 주목받았다. 서울예대와 군악대를 거치며 연주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연주기술을 익혔고, 데뷔 당시 대중음악계의 주목받는 주요 연주자들의 밴드 '커먼그라운드'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그렇게 연주자로서 활동 범위를 넓혀갈 무렵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 많은 뮤지션이 어느 시점이 되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부족함을 채우거나 연주기술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 활동을 쉬고 공부의 길을 걸었지만, 이제 막 이름을 얻어가던 연주자였기에 그의 연주를 좋아하고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황정관은 새로운 무언가를 얻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간간 미국에서 녹음하는 국내가수의 몇몇 앨범 세션으로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리스에 소재한 셰퍼드 대학 전액 장학생으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고. 7년 만에 귀국해 드디어 앨범으로 복귀 인사를 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 2006년에 발표한 황정관 Trio 2집 앨범 이후 그의 이름을 내건 이번 작품은 그와 같은 대학에서 만난 브라질 출신 베이시스트 Isaias Elpes와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 앨범이다. 실제로 모든 곡을 Elpes가 만들고 프로듀싱했고, 기타와 건반 역시 브라질 출신 연주자들이 함께 했다. 그렇다고 브라질리언 리듬으로만 가득한 앨범은 아니다. Traveling in California"라는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 컨템포러리 재즈의 향기를 담은 넘버들로 채워져 있다.
싱그러운 인트로의 첫 곡 "Abraham", 따뜻한 기타 톤이 매력적인 "Hill", 스페인어로 '장난', '즐거움'이라는 뜻을 가진 "Brincadeira", 그리고 앨범 타이틀곡 "Traveloing in California" 등 전반적으로 밝은 톤과 리듬을 기반으로 한 친근하면서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을 품고 있는 곡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개인적으로 그간의 앨범들을 들어온 경험에 비추어 비교해 보면 기술적인 면을 논하기보다는 그만의 적당히 화려하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연주를 다시 들을 수 있어 그의 플레이를 기다렸던 팬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또 햇빛이 뜨거워지는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이들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연주자로서 한창 꽃피울 나이인 2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때에 복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뮤지션으로서 스스로 현실의 가능성을 뒤로하고 과감히 떠날 수 있는 결단과 행동에 박수 쳐주고 싶다. 그리고 그 7년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기술만이 아니라 전보다 더 나아진 무언가를 얻기 위해 들인 기회비용이라는 점에서 절대 아깝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분명 이전보다 더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드러머를 평가하는 기준이 박자를 얼마나 더 많이 쪼개고 빠르게 치는가에 치우쳐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황정관은 그 기준으로 보아도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드러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선 진짜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황정관이 펼칠 음악적 스펙트럼이 기대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