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주제로한 컴필레이션 앨범 칠석데이 [사랑가]
앨범소개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앎
전통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의 새로운 해석, 전통판소리에서 팝, 스카, 디스코, 소울까지
윈디시티 김반장, 클래지콰이 호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킹스턴루디스카, 신세하, 고준석 참여
이 시대의 젊은 청춘들이 사랑할 때 즐겨도 어색함이 없는 우리 음악, 여섯 가지 색깔의 사랑가
여기 특별한 사랑이 있다. 대략 200여 년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다 판소리 사설로, 다시 소설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이라 이름 붙여진 이 이야기는 열녀 설화와 암행어사 설화 등 여러 민간설화가 더해지며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가 되었다. 소설 이전에 판소리 로 전해지던 이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으로 서민 문학의 대표작으로 자리했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나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같은 대목은 춘향가를 잘 몰라도 귀에는 이미 익숙할 정도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판소리이기도 하다. 칠석데이 컴필레이션 는 바로 이 익숙한 대목을 중심으로 한 춘향가의 '자진사랑가'를 동기 삼아 만든 음반이다.
'칠석데이'는 '20대가 한복을 입고 사랑을 나누는 날'을 주제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려는 이 프로젝트에는 파티와 한복 스타일링, 전통상품 벼룩시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기획되어 있다. 컴필레이션 음반도 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가 전래되어 온 칠월칠석과 춘향가를 관통하는 주제는 역시 '사랑'이다. 는 견우와 직녀, 그리고 춘향과 몽룡의 이야기를 넘어 지금 시대의 다양한 사랑의 감정까지 노래한다.
여기 각기 다른 사랑이 있다. 각기 다른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기 위해 여섯의 아티스트가 모였다. 김반장, 고준석, 호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킹스턴 루디스카, 신세하. 지금껏 들려줘온 음악 스타일이 다르고 이 음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춘향가의 '사랑가'가 노래의 중심에 있는 것은 같다. 프로듀서를 맡은 김반장의 총괄 아래 여섯의 아티스트는 리듬, 박자, 가사 등 '사랑가' 원곡을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지키며 각각의 색깔을 담은 새로운 '사랑가'를 만들어냈다.
이 음반의 가장 큰 미덕은 '전통'이란 이름 아래 지금껏 숱하게 '저질러온' 어설픈 국악과의 접목을 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철저히 국악의 것은 국악에게, 대중음악의 것은 대중음악에게 맡겼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국악인인 고준석의 소리를 듣는 한편으로 호란의 매혹적인 유혹의 노래를,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음악을 빌린 이몽룡의 펑키한 외침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또 하나의 미덕은 지금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를 보여주는 젊고 다양한 음악가들의 참여다. 괜한 이름값에 기대지 않았다. 윈디 시티의 리더 김반장은 최근 계속해서 싱글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고, 호란은 를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킹스턴 루디스카는 한국 소울/펑크(funk)와 스카를 대표하는 밴드들이다. 신세하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예로 '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로 통한다. 고준석 역시 조상현을 비롯한 많은 명창을 사사한 젊은 국악인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그 자체다. 다행스럽게 참여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앞서 말한 모든 미덕을 더욱 빛나게 한다. 아티스트 본연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전통의 맥을 놓지 않는 탁월한 재해석이 잇달아 펼쳐진다. 각각의 노래를 대표 싱글로 해도 될 정도로 각 노래들은 개성과 완성도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 문단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음악적으로 지금 한참 만개하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들려주는 '사랑가'가 된다. 의미 있는 컴필레이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컴필레이션이다. 강조해 말하자면,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웹진 ‘보다’ 편집장)
01 고준석 [사랑가]
2015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을 수상한 젊은 소리꾼 고준석이 들려주는 전통판소리로, 남녀 판소리꾼이 몽룡과 춘향의 파트를 번갈아가며 함께 부르는 창극 버전의 사랑가
02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이리오너라]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디스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로 세계 최대이자 명실상부 최고의 페스티벌인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일본의 섬머소닉 등 국제적인 페스티벌에 연이어 초청 받으며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사랑가의 주요 소절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내사랑이야’를 반복하는 유쾌한 소울 훵크(Funk) 스타일의 사랑가
03 신세하 [Love Affair]
80년대 빈티지 사운드를 중심으로 유니크한 비트를 만들어내는 떠오르는 신예 신세하. 몽롱과 춘향의 알콩달콩한 사랑놀음을 신디사이저를 적극 활용해 묘사하며, 레트로와 일렉트로닉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랑가
04 호란 [사랑가]
클래지콰이와 어쿠스틱 프로젝트 그룹 이바디의 보컬로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 온 디바 호란. 앨범에 유일하게 참여한 여성 뮤지션으로 원 가사를 과감히 덜어내고, 시적 표현과 함께 한층 세련되진 가사에 아득하고도 고혹적인 분위기의 선율이 어우러진 타이틀곡
05 킹스턴루디스카 [참 사랑가]
자메이카 리듬과 금관악기의 선율이 경쾌한 하모니를 이루는 브라스 스카 밴드 킹스턴루디스카. 록 스테디(Rock Steady)와 블루스를 바탕으로 장조와 단조를 오가며 오리지널 판소리의 구조를 잘 살려낸 흥겨운 그루브의 사랑가
06 김반장 [한 사랑가]
윈디시티, 아이앤아이장단을 통해 청국장 레게를 선보였던 한국 대표 레게 뮤지션 김반장. 한국적인 장단에 목소리와 베이스, 여러가지 이펙팅과 잔향으로 동양적인 아우라를 내뿜는 덥(Dub) 스타일의 사랑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