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Cinema SJ
솔리스트가 아닌 한, 뮤지션에게 최고의 어려움이자 최고의 축복 중 하나는 좋은 세션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해외의 수많은 거장의 명반들이 신이내린 축복받은 만남을 통해 완성되었던 많은 행복한 스토리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가 될, 이제 30대에 들어선 한 기타리스트가 한 명의 드러머를 만나 펼쳐놓은 조그맣지만 커다란 이야기보따리, [Cinema SJ]를 이야기 해보자.
Cinema SJ는 보컬이 배제된 기타리스트 우승지의 첫 번째 연주앨범이다. 통상 상업적 시장에 대한 불안함으로 자신의 스타일과 관련 없는 보컬곡을 억지로 앨범에 집어넣어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앨범은 보란 듯이 앨범 전체를 연주곡으로만 빼곡히 채워 넣었다.
그것은 아마도 본인 자체의 신념에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젊은 뮤지션 드러머 박찬욱과의 만남으로 인한 시너지 때문이리라...
앨범의 구성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CD를 넣고 플레이를 시작하면 마치 오페라의 아리아와 같이 짧지만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 단 한 곡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를 잘 말해주는 멋진 어쿠스틱 기타연주로 시작을 알려준다.
하지만 갑자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일렉기타의 강렬함, 왜 우승지 본인이 이번 앨범시작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지를 이해시켜준 곡
곡명이 왜 [0(Zero)]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시작의 의미를 담고있다)
루프형식의 연주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으나 메이저와 마이너의 느낌을 교차적으로 적용하면서도 일렉기타 특유의 질감과 적절한 신디음원의 사용으로 그런 기우를 쉽게 날려버린다.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면 커다란 대지가 펼쳐지는 듯한 잔잔하지만 편안하고 커다란 이미지가 넘쳐흐르기 시작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듯 “아.. 이 곡이 바로 타이틀 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바로 해내게 만드는 박찬욱의 드러밍이 돋보이는 곡 [CINEMA SJ]다.
이런 생각도 잠시, 그루분한 리듬으로 가득 차있는 [Fashionista]라는 곡이 전개된다. 여태까지 편안함으로 흩어져 있던 울림을 다시금 확 모아버리며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어 준다.(하지만 그렇다고 이상하리만큼 앨범의 테마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바로 이어지는 다섯번째곡 [Sunset]이 그 전체적인 이야기를 Blues적인 느낌으로 바로 풀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반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Fashionista]라는 곡의 리듬감을 한번에 “확” 끌어내리며 내가 음악을 들으며 서있는 위치를 바로 생각나게 해주는 그런 곡이다.
석양의 블루지한 느낌에 잠시 취해있기도 전에 바로 다이나믹한 그루브감의 펑키한 재즈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다섯번째곡 [Monocity]다. (드럼으로 인트로를 시작한 만큼 그 펑키한 느낌이 좋다) 하지만 곡의 전체느낌은 룰에서 벗어나지 않는 매우 훌륭한 진행이다.
이 곡이 끝나기 무섭게 테마를 승계한 일곱 번째 곡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Blue , comes to me], 하나의 흐름이 이제 여울져 흐르기 시작한다. 곡에 있어 흐름을 잡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매우 쉽게 느끼게 해준다. 코러스를 이용한 일렉기타의 선율이 많은 것들을 떠오르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사용하기 힘든 음색으로 테마의 아르페지오와 깊이감 있는 솔로잉을 보여준다. 강렬하면서도 편안한 연주에 빠져들다가 마지막 연주를 맞이한다. 어쿠스틱의 선율이다.세번째 타이틀곡의 테마를 승계하는 어쿠스틱버전의 곡이다.
2분여 짧은 플레이시간에도 앨범전체의 테마와 흐름을 잘 정리해주는 그런 곡
기타리스트가 연주만으로 앨범을 낼 때 가장 힘든 것은 전체 곡들의 흐름과 이를 느끼게 해주는 악기의 선택과 연주의 힘일 것이다. 특히나 어쿠스틱, 일렉, 신디의 배분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드러머를 제외한 우승지 한 사람의 힘으로 전 파트를 다 완성한 것에 대한 놀라움과 거기에 더해 보여주는 원숙미는 이 앨범을 듣는 기쁨을 배로 만들어 주었다.
CINEMA SJ라는 앨범을 만남으로서 뜻하지 않은 새로운 감성으로 무장한 한 뮤지션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by Remi Le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