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트리의 디지털 싱글앨범 [1호]
로켓트리는 탄탄한 연주력을 기반으로 편안한 사운드와 공감가는 노랫말의 밝고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는 4인조 밴드다. 한적한 숲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듣기에 그만이었던 1집 [아름다운 계절]과 누구에게든 딱 내 얘기 같았던 그 노래 "나는 너네 옆집에 살고 싶다", 오랜 친구처럼 다정한 노래들이 수록된 최근 발매작 [기분이 좋아]까지 적어도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로켓트리는 그랬었다. 그러나 한없이 푸른 초록빛 땅 위로 물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기다리고 있는 여름의 길목에서 로켓트리가 발표하는 이번 신곡들은 어쩌면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쨍쨍한 한낮의 여름보다 비 온 뒤 가라앉은 여름 밤의 공기를 닮은 이번 디지털 싱글에서는 이전과 달리 전자음을 활용함으로써 색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밴드의 음악적 변신을 추구한다거나, 본격적인 전자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욕심 같은 것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늘 신던 운동화 대신 오늘은 하이힐을 신어볼까?'하는 정도의 마음이었다는 이상유의 표현이 아마도 가장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1집 수록곡 "너는 물속에"의 연장선처럼 들리기도 하는 "흘러가면"은 좋아하는 사람을 흐르는 강물에 빗대어서 그 위를 부유하며 늘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한 고백의 노래다. 가상악기 상의 드럼소스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상유의 담담한 보컬 뒤로 일렉기타 사운드가 곡을 힘있게 끌어 나간다. 반복되는 가사와 몽환적인 코러스가 인상적인 "하루 종일 비가 와"는 제목 그대로 비 오는 하루의 단상을 노래로 표현한 곡이다. 각 악기들이 작은 단위로 비처럼 똑똑 떨어지게 조직된 전반부와 창문에 흘러내리는 비처럼 그려진 후반부, 그리고 그 둘을 관통하는 반복적인 멜로디가 머릿속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정규 앨범 작업을 할 때는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낸 이번 디지털 싱글을 어떤 의미에서 B-side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알듯 말듯 묘하게 느껴졌던 '스페이스 어쿠스틱 밴드'라는 수식어도 어쩐지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로켓트리는 작년 말 EP [기분이 좋아]를 발매하고 정기공연 시리즈 '로켓트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디지털 싱글앨범 발표를 계기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