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스팅' & '멧' [변화에 대해서]
한 아이가 있다. 체육 시간 전, 아이는 배가 아프다고 했다. 남아서 교실을 지키겠다고 했다. '내가 축구나 피구를 함께 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방해가 될 뿐이니, 조용히 교실에서 너희들의 짐을 지켜 줄게' 라는 창백한 표정 또한 잊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텅 빈 교실은 바다이다. 책상은 소라 껍질이다. 귀를 대며 엎드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벽시계 소리, 약하게 펄럭이는 커튼 소리, 바람에 넘어가는 연습장 종이 소리. 텅 빈 교실은 그렇게 위로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창문을 향해서 걸어갔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창틀에 닿을 무렵 누런 빛깔의 운동장 흙도 보인다. 저 멀리 공놀이를 하고 있는 반 아이들의 소리가 재잘재잘 작은 참새 소리처럼 퍼져 온다. 정말로 교실에 혼자 머물고 싶었는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놀이를 하고 싶었는지... 아이는 '스스로 마음의 확신'을 내리기가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배가 정말 아팠는지, 아닌지 알 수 없던 것처럼 말이다.
"변하는 건 두렵고 머무르기도 싫어요. 결국 원하는 건 뭐죠? 하고 싶은 게 없나요? 남들이 하는 게 모두 다 정답일까? 맞다고 하니
그건 맞는 것인지 답답하죠", "세상은 참 어렵고 무섭고 알 수 없죠. 나날이 변하기도 머물러 있기도 하죠". '오로라스팅', '멧'의 '변화에 대해서'를 들으면서 아이를 떠올렸다. 교실에 홀로 남아 창 밖을 바라보던 그 아이... 함께 한다는 것과 홀로 한다는 것은 사실 가깝게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교실과 운동장을 나누던 창문처럼. "변화에 대해서"는 창문에 '홀로' 서 있을 누군가와 '함께' 듣고픈 노래이다.
ps. '에이머나인(AMer9)'은 '오로라스팅'('지연'), '멧'('연수')의 만남이다. 그들은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자신의 무거운 건반 악기를 직접 '손수' 들고 다니는 지연이의 첫인상이 연수는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만 '담백'하고, 호기심 가득하게 하는 연수가 지연은 참 보기 좋았다고 했다. 그들의 '첫 만남' 같았던 음악과 이야기가 이제 한 계단, 두 계단 펼쳐 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