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ng (플링)' 첫 번째 EP앨범 [Alive Young]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팝음악의 본고장인 영미권의 음악에 직접적으로 레퍼런스를 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틀즈(The Beatles)' 를 모태로 로큰롤에 원류를 둔 '차승우' 가 이끌었던 '더 문샤이너스' 나, 뉴욕 인디씬의 영향을 받았던 '조휴일' 의 '검정치마', 그리고 제2차 브리티쉬 인베이전의 영향을 받은 미국 스트록스(The Strokes)의 음악을 레퍼런스로 둔 '전기뱀장어'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영국 맨체스터 음악씬의 황금기 음악을 연상케 하는 밴드가 등장했다. 이 밴드 멤버들의 출신에 관한 정보를 모른 채로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는다면, 이들이 이번에 발표한 EP 앨범은 마치 팝음악의 본고장에서 갓 데뷔 앨범을 발표한 본토의 신예 밴드의 것이라고 믿어도 될 정도이다. 영어로 된 가사를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전혀 느껴 지지 않는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들으면 1990년쯤의 맨체스터 시내의 어느 라이브 클럽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무언가를 힘껏 던지거나 아무 생각 없이 실컷 즐긴다는 의미의 단어 '플링(Fling)' 을 팀 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은 캐나다에서 건너 온 '박동(23)' 과 홍익대 산업 공학과 재학생인 '태림(23)', 한국 청년 2명을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이다.
'플링(Fling)' 의 사운드를 들여다보면, 20대 초반이라는 아직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의 음악적 깊이와 탐구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컬은 물론이고 어느 악기 파트도 지나치게 앞으로 나서거나 튀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녹아 들어 잘 정돈된 하나의 사운드와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관점을 조금 달리해서 말하자면 마치 보컬조차도 이펙터에 연결된 하나의 전자 악기로 여겨 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기타와 보컬이 주로 밴드의 사운드를 주도하는 가운데, 여기쯤에서 사운드가 부족하거나 비어 있을 만하다 싶으면, 정확히 그 악기가 필요한 바로 그 지점에서 키보드가 완벽하게 그 공간을 메워 주면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에서는 한국의 음악 씬에서 고질적으로 반복해서 답습하곤 하는 내면에 대한 탐구 나 소위 말하는 뽕끼 같은 것이 전혀 느껴 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른하고 아른하면서도 몽롱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운드는 마치 매드체스터(Madchester) 씬에 영향을 주었던 '스미스(The Smiths)' 내지는 매드체스터를 대표했던 '스톤 로지즈(The Stone Roses)' 를 연상하게 한다. 플링은 맨체스터의 대선배들에게서 장점이 될 만한 요소들만 영민하게 물려받아서 자신들의 색채로 갈고 닦았다. 그렇게 정성 들여 만들고 다듬은 곡들 중 7곡을 선별하여 이번에 발표되는 EP 앨범 안에 담았다. 심플한 기타 리프와 경쾌한 키보드, 그리고 여기에 더해 꿈을 꾸는 듯한 보컬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서정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앨범의 1번 트랙인 "Alive Young" 은 역시나 타이틀곡답게 가장 선명한 개성과 매력을 뽐내고 있다. (전리오,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작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초반까지 영국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음악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