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함을 향해 다시 한 걸음 '로다운 30' 싱글 [더뜨겁게 (Feat. 김오키)]
90년대 말, 어느 음악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밴드 '노이즈가든' 의 기타리스트였던 '윤병주' 는 특유의 냉소적인 태도로 음악은 취미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남긴 것을 보고 당시 나는 충격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다. 잘하지만 돈 벌기 위해서 재미를 접어야 하는 프로와 재미만 있으면 되지만 잘 하지는 못하는 아마추어라는 양자 사이에, 재미있는 걸 하면서도 잘 하기도 하는 제 3의 길이 있음을 알게 됐다. 실제로 '윤병주' 가 '노이즈가든' 해체 후 결성한 '로다운 30' 이 그러한 밴드였다. 애초 시작부터 재미를 위해 합주를 위해서 만들어진 밴드였고, 그래서 결성 후 5년이 지나서야 첫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윤병주' 와 '김락건' 을 축으로 한 3인조의 단출한 멤버 구성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와 같이 느릿하게 나아갔던 것은 굳이 억지스럽게 뭘 만들어내기 보다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재미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아가고자 했던 의도였을 뿐. 그래서 슬렁슬렁 나아가는 행보 안에서 그들이 간간히 남긴 발자국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 사이 나는 붕가붕가레코드를 만들었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그 요체를 빡센 취미 생활이라 설명했다. 안 팔릴 것이 명백한 음악을 함에도 그걸 억지스럽게 팔아보려고 애쓰기 보다는 정말 재미 있는 것만을 따라가되 대신 잘 하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후 예상치 못했던 성공과 예상보다 컸던 실패를 경험하면서 이게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다는 게 아님을 깨닫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근본적인 부분은 달라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여전히 내일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나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2015년, '로다운 30' 과 붕가붕가레코드가 만나게 되었다. 의외의 만남으로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로다운 30' 이라면 난다 긴다 하는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탄탄한 음악성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밴드고, 반면 붕가붕가레코드는 음악성보다는 개그로 승부하는 레이블이라는 기존의 이미지. 이를 감안하면 너무 육중한 무게감을 덜어내고 싶은 밴드의 욕심과 좀 더 음악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싶은 레이블의 야심 사이의 전략적인 제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둘을 움직인 것은 이보다는 좀 더 깊숙하고 장기적인 공통 분모 때문이다. 바로 지속가능하게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것.
이번 싱글 [더뜨겁게 (Feat. 김오키)] 가 이제 그 출발점이다. 일단 광폭하고 분방한 연주로 이름 난 색소폰 주자 '김오키' 의 참여가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예전의 스타일과 아주 달라진 점도 없다. 물론 그렇다고 예전의 스타일과 똑같다 보기도 어렵다. 요컨대 새로운 레이블과 만나건 말건 '로다운 30' 은 이번에도 특별히 다를 것 없이 자신들의 페이스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것이 그게 바로 지속가능함의 원천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음악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청자가 직접 듣고 난 후 내릴 몫이라는 밴드의 노선을 존중하여 생략한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열여섯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작사/작곡은 '윤병주', 편곡은 '윤병주' 와 '고태영'. 연주는 '로다운 30' 멤버들과 함께 색소폰에 '김오키' 가 참여했다. 프로듀서는 '고태영', 녹음은 '최성준', 믹싱과 마스터링은 '나카무라 소이치로'. 그리고 밴드 '바세린' 의 멤버이기도 한 '이기호' 가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다. 싱글 발매와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밴드 '피해의식' 의 '손경호' 가 연출했고, 안무로 '유경진' 이 멤버들과 함께 출연했다. 유통은 미러볼 뮤직. 섭외 및 기타 문의는 붕가붕가레코드.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