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
'기가 막히다'는 뜻의 대구 사투리인 '기똥찬' 듀오 신현희(보컬/기타)와 김루트(베이스/코러스)의 첫만남은 대구였다. 버스킹 공연 중인 신현희를 보고 ‘목소리가 좋군. 그리고 예쁘군.’이라고 생각만 한 채, 다시 만날 인연을 무작정 기다렸던 김루트의 운명론이 거짓말처럼 이루어지면서 지금 홍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조금 신기하기는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한다.
누구라도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는 친근하고 순박한 사투리의 '신현희' 그녀가 노래하는 순간 예상치 못 한 반전이 펼쳐진다.
패션을 전공했던 신현희의 독특한 패션과 예쁘장한 얼굴과는 동떨어진 순박한 사투리가 가장 먼저 관객을 사로잡는다. 지방에서 막 상경한 듯한 그녀의 말투에는 누구라도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는데, 중간중간 감초처럼 끼어드는 김루트까지 합세하면 만담은 절정을 이룬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웃음 속에 방심했던 관객들은 허스키하면서도 시원한 신현희의 독특한 보컬에 놀라고 이내 곧 빠져들고 만다. 제니스 조플린을 가장 존경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래 중간중간 랩과 타령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레이션에서 다시 빛을 발하는 경상도 사투리는 몇 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싸구려 커피’의 장기하에 견줄만하다. 여기에 명랑하면서도 동양적인 느낌의 곡들을 탄탄하게 이끌어 나가는 김루트의 연주실력이 더해져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안정감 있는 조화를 이루어낸다.
"내가 모자 사는 돈을 조금만 아꼈다면 벌써 새 기타 몇 개쯤은 샀을 거야"
어느 모자마니아의 고백 '캡송' 신현희와 김루트의 음악은 일상생활과 주변의 사물에서 얻은 영감을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신현희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든 '캡송'은 모자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소녀가 경제난에 처해 모자를 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결국 또 모자를 사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래 중간에 두 멤버가 주고받는 사투리 내레이션은 대구광역시 소녀와 경북 칠곡군 소년 듀오의 매력을 이 곡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어느새 160회가 넘은 크고 작은 공연 내공 여전히 관객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매력 넘치는 밴드!
홍대는 길거리 공연 관객의 박수 박자조차 대구와는 다르다고 놀라워했던 신현희와 김루트도 어느새 프리버드나 클럽빵 같은 홍대 유명 클럽이나 카페에서의 공연이 낯설지 않은 밴드가 되었다.통영 국제 음악제 프린지, 부산 국제 연극제 등 지금까지 160회가 넘는 공연을 해온 이들은 여전히 경상도 사투리처럼 친근하고 매력 넘친다. 인터넷 친화적인 멤버들은 SNS로 말을 걸었는데 대답하지 않더라는 글이 쓰인 블로그를 찾아 SNS 관리를 소홀히 한 상대 멤버를 탓하며 반성하는 댓글을 달 정도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댄싱머신, 자이언트 팅커벨, 청순귀염섹시라고 소개한 신현희와 자칭 비주얼과 옴므파탈이라는 김루트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면 올 봄 "캡송"을 발매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칠 신현희와 김루트의 공연을 찾아 그 실체를 파헤쳐보자. 참, 공연을 보고난 후에는 SNS로 친근하게 말 걸어보는 것도 잊지 말 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