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원' [셔틀콕 OST (Shuttlecock Original Soundtrack)]
2013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과 시민 평론가상을 수상한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 은 영화제 소개부터 유독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재혼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마지막 남은 유산인 사망보험금 1억을 들고 사라져버린 누나를 찾아나서는 두 형제의 이야기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기로 독립영화 관객층을 한 뼘 더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려움을 감추고,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을 향해 나를 던져본다. 셔틀콕 OST 이 영화에서 주목할만한 또 다른 점은 음악감독이자 뮤지션인 김해원이 DIY방식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김해원은 앨범에 수록된 전곡을 작곡, 편곡, 연주, 녹음했다. 영화에 필요한 음악의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작업이기도 했겠으나, 곡 하나하나가 가지는 흐름이나 악기의 구성, 영화와의 호흡을 따져본다면 그가 가진 치밀함이나 영화에 대한 이해에 거듭 놀라게 된다.
특히, 등장인물(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민재'의 시선)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놓치지 않고 곡에 표현해낸 부분들을 발견할 때면 "이번 작업만큼 영화 속 인물에 가깝게 다가간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을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아직 어른이 못된 주인공 '민재'의 심리를 쫓아 만든 이 앨범은 영화의 사건전개에 따라 총 아홉 곡으로 구성됐다.
앨범 속 영화는 두 동생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누나를 찾았다는 제보(track 1. 은주를 찾은 것 같다)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 뒤를 잇는 타이틀곡 "Wait for me (너를 향해 던져본다)" 는 반복적이고 또렷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와 정적을 흩트리는 첼레스타,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로 조화를 이루어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고 은주를 찾아 떠나는 민재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잘 표현한 곡이다. 남해를 목표로 서투르게 차를 몰아가는 민재가 고속도로에 접어들 무렵이면 음악의 흐름 역시 길을 따라 확장됨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셔틀콕을 본 사람이라면 앨범에 수록된 제목들만으로 사운드트랙 전부가 민재의 시선에서 그려졌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따라서 모든 수록곡이 주로 민재의 심리상태를 대변하게 되는데, 예외적으로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밤의 그림자(은주)의 경우에는 민재 뿐 아니라 그의 남매인 은주와 은호가 처한 현실과 심리상태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이 두 곡에 각각 은호테마, 은주테마 정도의 이름을 붙여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덟 번째 트랙 "첫사랑은 끝났다" 를 통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야기는 자신이 그려왔던 환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 민재가 원점, 하지만 이전과는 같지 않은 원점에 놓이게 됨을 표현하고 있다. 좋은 영화를 만나면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을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느낀다.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그 인물들은 좋은 영화음악을 매개로 영화 밖에서 나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이뤄가기 시작한다. 영화의 전개 순서에 맞춰 수록된 여기 아홉개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우리는 현실을 깨우쳐가는 민재의 첫 사랑과 삶에 대한 고민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