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추석을 맞이하여 일주일 동안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한정 판매 되는 컴필레이션 음반!
* 추석을 맞이한 어느 젊은이의 귀향과 귀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붕가붕가레코드 아티스트들의 노래 및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지는 컨셉 음반!
* 특제 수공업 CD와 함께 조작까, 김 기조의 일러스트 및 깜악귀, 곰사장의 글이 담긴 16p 호화 속지 증정!
* 붕가붕가레코드 기존 아티스트들의 노래들과 함께 새로운 기대주 ‘옥수동 왕순대’의 신곡 수록!
* 수익금은 전액 붕가붕가레코드 소속 아티스트들과 임직원들의 추석 보너스로 지급!
언젠가 컨셉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허스커 두의 ‘Zen Arcade’나 데이빗 번의 ‘Here Lies Love’ 같은. 하지만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 그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고 여러 아티스트를 초빙하여 음반을 만드는 일을 별 볼 일 없는 영세 레이블인 우리가 해낼 수는 없을 것이라 믿었다. 먼 훗날에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계기는 의외로 빠르게 찾아 왔다.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고별 앨범에 수록될 ‘뛰뛰빵빵’이란 노래가 시작이었다. 어딘가 막혀버린 듯한 인생의 답답함을 정체된 도로에 빗대어 표현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니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명절, 귀향길의 광경이었다. 그러자 연이어 아침의 ‘딱 중간’에서 명절 때 가족들을 만나기 싫다는 가사가 생각이 났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서 보름달의 이미지가 사무쳤다. 때마침 바야흐로 추석을 목전에 둔 시점이었고, 결국에는 추석 맞이 컴필레이션이라는 기획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2010년 추석 맞이 특별 컴필레이션,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다.
앞서 언급한 몇 개의 노래들에 기존에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나온 노래들을 더해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다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인디 뮤지션이자 영세한 인디 레이블에서 그나마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젊은이-그렇다. 바로 우리가 모델이다-가 추석을 맞이하여 겪는 일들이다. 또래들은 직장에 결혼에 출산에 다들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앞날에는 불투명한 미래 밖에 없는 이에게 명절은 결코 즐거운 날일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향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어머니에 아버지에 삼촌 육촌에 잔뜩 치이고 만다. 그리하여 고뇌만 한 가득 품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지만 여기에도 뭐가 있는 것은 아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의 명절’은 과연 그에게도 따뜻하고 훈훈한 것인가?
좀 비뚤어진 구석이 있는 노래들이다 보니 이야기도 좀 그렇다. 아무래도 귀성길에 가족들과 함께 듣기에는 4번 트랙 쯤을 듣다 보면 자식-부모 사이에 난처해질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아무쪼록 차례와 설거지가 다 끝나고 친척들을 피해 방에 혼자 틀어박힌 후에 듣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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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기하와 얼굴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from 《별일 없이 산다》(2009))
명절이 다가오면 집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올해는 혹시나 조금 다를까 하는 기대를 품고서.
2.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 뛰뛰빵빵 (from 《석연치 않은 결말》(2010))
하지만 명절 고속도로의 정체는 기대감을 이내 짜증으로 바꿔버린다. 꽉 막힌 길이 마치 내 인생 같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3. 아침 – 딱 중간 (from 《거짓말꽃》(2009))
겨우 도착한 고향에서 나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나다를까 어머니의 잔소리.
4. 눈뜨고코베인 – 납골묘 (from 《Tales》(2008))
추석 당일 아침,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은 화기애애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내고, 서로에 대한 유감을 여실 없이 드러낸다. 올해도 어김없는 친척끼리의 싸움판.
5. 청년실업 – 이 세상은 지옥이다 (from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2005))
친척들이 떠난 자리에는 음복 술에 잔뜩 취한 아버지가 있다. 인생에 대한 푸념.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 따라 새삼스레 그의 말이 와 닿는다.
6. 치즈스테레오 – 청춘파도 (from 《화성로맨스》(2010))
사실 이 모든 것을 한 귀로 흘러 버릴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이다. 확신이 있다면. 하지만 그런 확신이란 게 있을 리 없다. 올해도 고뇌만 한 가득 안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7. 아마도 이자람 밴드 – 우유 (from 《슬픈 노래》(2009))
그리고 돌아온 서울. 고달픈 가족들을 벗어났지만 여기에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픈 기억만 짙게 남아 있을 뿐. 잠깐이나마 경험했던 사람들의 온기가 외로움을 더욱 깊게 만든다.
8.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일요일 밤의 열기 (Strength Mix) (from 《Groove Official》(2010))
길었던 연휴의 마지막 일요일. 고독을 이기지 못한 그는 클럽으로 향한다. 플로어에서 열기를 찾아보려 하지만 이제 하루만 있으면 다시 겪게 될 일상의 비루함은 떨쳐버릴 수 없다.
9. 옥수동 왕순대 – 그냥 (미발표곡)
결국 추석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것 저것 고민은 많고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따름. 해장 삼아 순대국 한 그릇 먹고 노래를 부른다.
이와 같이 구성된 음반이 추석 기간에만 한정 판매된다. 특제 수공업 케이스에 담긴 시디와 함께 깜악귀(눈뜨고코베인)과 곰사장이 쓴 이야기가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 기조의 이미지와 함께 제공된다. 이 음반의 컨셉을 하나로 포괄해내는 표지 이미지는 저명한 조작까가 특별히 제공한 것. 본 음반의 수익금은 모두 붕가붕가레코드의 소속 뮤지션들과 임직원 일동이 고향으로 갈 때 들고 갈 선물을 구입하는데 사용된다. 텅 빈 통장 때문에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여러분의 현금이 힘이 되어줄 것이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