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싱글 [K.] (2013)
독보적인 일렉트로닉 밴드 카프카(K.AFKA)의 세 가지 빛깔.
누가 한국에서 일렉트로닉 기법을 가장 진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누가 한국에서 고딕이란 수식어를 소유할 자격을 지녔는가? 누가 한국에서 트립합 무드를 가장 잘 구현해왔는가? 이 각기 다른 세 개의 물음에 대한 답은, 최소한 내가 아는 선에서, 현재까지는 하나다. 카프카(K.AFKA)가 그들이다. (1)사실 카프카는 한국 음악 씬 안에서 말해지기보다는 해외의 관련 씬에서 거론되는 편이 더 적절하다. (2)카프카는 밴드네임의 영문표기를 KAFKA에서 K.AFKA로 바꾸었다. 첫 트랙이자 절대온도라는 뜻인 'K.'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K.AFKA로 변경했는데, 비록 점 하나가 끼어들었을 뿐이지만 새로운 도약의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이 디지털 싱글은 빙산의 꼭짓점과 같다. 커다란 몸체는 수면 아래에 감추어져 있으나 세 트랙이 카프카의 현재를 충실히 대변한다. 헤비 인더스트리얼에 가까운 'K.'로부터 정적이고 탐미적인 "Disappear Into Oblivion", 그리고 사장될 뻔 했던 댄서블 트랙 "Dizzy Nigh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트와 사운드 조합을 세 가지의 색으로 응축해놓았다. 단절과 고독의 정서가 긴장과 이완을 오가지만, "Dizzy Night"에선 카리스마와 비주얼을 갖춘 이 혼성밴드가 페스티벌 무대에서 관객들과 록 댄스타임을 만들어내는 장면까지 상상해보게 된다.
이 싱글의 유일한 아쉬움은, 싱글이 원래 그렇지만, 곡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한다면 일단은 몽환의 팝과 헤비 일렉트로닉을 절묘하게 조형해낸 EP [The Most Beautiful Thing](2010)을 들어볼 일이다. 만약 더 알고 싶어진다면 카프카의 음악세계가 장시간 펼쳐지는 [Nothingness](2007)를 통하여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들의 첫걸음이자 일렉트로닉과 팝 센스가 만났던 'Kafka' (2004)를 찾아내면 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어쩔 수 없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수밖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