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돌아온 '톰톰'의 미니 앨범, [환각의 여름]
[일대기]
밴드를 해본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밴드는 유지하는 게 일이다. 한 번 잘해보자고 만나서 합주 세네 번 하고 진탕 술 마시다 여자 때문에 깨지고 코드 하나 때문에 깨지고 밥값, 술값 때문에 깨지고…… 아무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유로 인해 밴드는 깨진다. 음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밴드가 유지되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성된 지 5년이 넘어가고 있는 이 밴드의 새 앨범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응원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고 밴드의 리더 한상태는 생각하고 있다.)
2013년, '톰톰'은 두 장의 앨범을 한 달 사이로 연달아 발표하고 모종의 이유로 인하여 리더 한상태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의 탈퇴로 인해 활동을 멈추게 된다. 다른 멤버들을 구해 활동을 이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2014년, 이제 다시는 밴드 따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톰톰의 해체를 발표한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음악은 혼자 하는 거라며 절대 밴드 따윈 하지 않겠다던 다짐을 깨버리고 결국 2015년부터 다시금 멤버를 구하기 시작해 결국 키보드 하수진을 만나 하나하나 멤버를 구하기 시작, 드럼에 김명수, 기타에 박두식, 베이스에 우하늘을 만나 지금에 이르게 된다.
[환각의 여름]
이번 앨범 역시 늘 그래 왔듯 밴드 자체 제작을 통해 완성되었다. 편곡적 측면과 사운드적 모두에서 전작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리더 한상태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던 전작들과는 달리 멤버들이 편곡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졌으며 가내수공업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을 통해 사운드의 질감 역시 달라졌다. 드럼 녹음은 국내 최고의 세션 드러머 중 한 명인 '이윤상'이 직접 녹음 환경을 구축해놓은 '야키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였으며 그 외 나머지 부분 인디 밴드 '송나미 앤 리스폰스', '유랑' 등이 속해있는 인디 레이블 '체크뮤직'에서 진행하였다. 믹스와 마스터링은 리더 한상태가 직접 맡았다.
기존에 발표한 서정적인 곡들과는 달리 이번엔 '톰톰'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1번 곡 "다이빙"은 여름밤 특유의 혼란스러운 느낌을 담아낸 펑크락 넘버이고 2번 곡 "죄악의 도시"는 롤링스톤즈나 킹크스와 같은60년대 락앤롤, RnB 밴드의 영향을 받은 곡으로 도시가 가진 비정함을 강렬한 사운드로 담아낸 곡이다. 3번 곡 "환각의 여름"은 미국 인디락/팝의 영향을 받은 곡으로 특징적인 오르간 리프와 레이어드된 기타 라인, 그리고 요소요소에 들어간 퍼커션 더빙이 인상적인 곡이다.
사운드적으로는 데뷔 앨범 [바보 같은 일이래도]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수록된 세 곡이 모두 공통된 주제 아래 배치됐다는 점에선 전작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반드시 순서대로 들어보실 것. '톰톰'은 이번 앨범 이후 가을에 어울리는 또 한 장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두에서 밝혔듯, 밴드는 그냥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집단이다. 그렇지만 이번 앨범과 또 발매될 앨범을 통해 내년이면 6년 차가 되는 이 밴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더 많은 무대에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면서. (글: 한상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