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희' [작은리본]
작은 리본은 아이들의 머리나 옷에 곱게 달려 있어야 옳다. 까르르 웃음에 얹혀 꿈을 이야기하고 마음에 둔 친구의 근황을 품을 때 함께 흔들려야 어울린다. 바닷바람 세찬 진도 팽목항이나 장대비 쏟아지는 광화문 광장은 리본을 맬 곳이 아니다. 그러나 1년 남짓 우리는 작은 리본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리본을 줄줄이 매고, 그 리본에 어울렸던 영혼들을 그리워하며 보냈다. '조동희'의 "작은리본"은 낯설어야 함에도 어느새 익숙해진 풍경을 노래한다. 안타깝고 아리고 아프고 끝내 미안한 풍경.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하는 것만으론 시간과 맞서기 어렵다. 익숙함은 자칫 기억을 흐리게 하고 미안함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처음 리본을 매던, 침몰하는 세월호를 생중계로 본 그 날의 낯섦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조동희'의 "작은리본"은 새로운 풍경 하나를 더 만든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영영 사라지지 않고 다시 돌아와 노란 꽃을 선사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려는 듯이. 팽목항과 광화문의 작은 리본들이 낡고 더러워져 사라지더라도, 저 꽃잎처럼, 우리들이 노란 리본을 떠올리도록 만들면 된다. 우리가 작은 리본이면 된다. 그리하면 그 봄은 십 년 뒤에도 백 년 뒤에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노란 꽃잎이 피는 한, 우리들이 "작은리본"을 함께 부르며 별이 된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한. -김탁환(소설가) .... ....